산업계의 탄소중립 과제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철강금속업계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은 세월이 길기 때문이다.
철강금속업계는 그동안의 오명을 벗어던지고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위대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탄소중립을 향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환경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철강금속업계는 탄소배출이 많은 기존 고로산업에서 수소환원제철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전기로 사업 비중을 늘려 친환경 그린철강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금속업계는 각 공정과 공정에 사용되는 전력, 원자재 등을 친환경화하며 탄소배출 0%로 가고자 노력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산업계와 세간의 이목은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등 저탄소 생산 체제에 쏠려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며 반드시 개발에 성공해야 하며,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탄소중립을 향한 철강업계의 움직임과 저탄소 생산 체계 하이큐브(Hy-Cube) 기술개발에 매진 중인 현대제철의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아래는 현대제철 저탄소공정연구실장 김용희 상무와 일문일답.
현대제철 저탄소공정연구실장 김용희 상무. 현대제철 제공.Q1. 2050년 넷제로 달성 로드맵을 공개했다. 중단기적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 12% 감축 계획 중이다. 현재 상황을 설명해달라.
현재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프리 멜팅(Pre-melting) 전기로 생산 체제(전기로를 통해 저탄소화된 쇳물을 고로 전로 공정에 투입해 저탄소 제품을 구현하는 생산 체제)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전기로-고로 복합공정 양산에 대응해 자동차용 고강도 저탄소 판재 등 저탄소 제품의 개발 및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Q2. 현대제철의 탄소중립 핵심 키워드는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다. 하이큐브 프로젝트가 품고 있는 핵심 내용과 가치는 무엇인가?
현대제철은 오랜 기간 전기로를 가동하며 다양한 경험과 기술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고로 중심의 일관제철 공정과 전기로 공정을 크로스오버하는 생산 방식은 앞으로 맞이해야 할 고로에서 전기로로의 전환을 위한 중간 단계의 모습이며, 현대제철은 이를 이미 일부 구현하고 있다.
하이큐브는 새로운 탄소중립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원료, 공정, 제품의 3가지 유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전기로 원료인 철스크랩을 인공지능(AI)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수소환원철과 탄소중립형 용선을 혼합해 사용하는 원료의 유연성, 다양한 원료의 성분 특성에 최적화해 생산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정 유연성, 그리고 기존 전기로 제품인 봉형강부터 고로 제품인 판재까지 전 범위 제품 커버리지를 가능하게 하는 제품 유연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철강 생산 공정의 민첩한 운영을 통해 급변하는 탄소중립 시대에 최적화된 대응이 가능하도록 구상했다.
현재까지 전기로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던 자동차용 외판재나, 초고강도강 등 프리미엄 고급 판재의 생산이 가능하도록 신(新) 전기로 공정을 구상하고, 이와 연계해 제품 개발 기술 또한 집중해, 단순한 공정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이 아닌 제품과 시장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최종 형태로 하는 것이 다른 철강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Q3. 하이큐브 프로젝트 추진 현황이 궁금하다.
1,500억 원을 투자해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프리 멜팅 전기로 생산 체제구축을 진행 중이다.
또한 전기로 공정으로 고급 스크랩과 일관제철 공정의 용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1.0Gpa급 자동차용 전기로 시제품 개발을 완료함으로 전기로를 활용한 고부가 판재류 생산 및 탄소중립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부품사의 LCA(Life Cycle Assessment; 원료 채취부터 제조‧유통‧폐기까지 제품 생산 전 과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추진에 맞춰 기존 고로 제품 대비 탄소 배출을 저감한 전기로 생산 타이어코드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제철은 다양한 저탄소 제품의 개발 및 인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이큐브의 핵심 설비 중 하나인 신(新) 전기로 가동 준비를 위한 관련 기술을 적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Q4. 수소환원제철 개발 과정의 애로사항과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단 20년~30년 안에 확보해야 하는 시급성과 기술개발의 난도가 높은 과제다. 조기 개발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과학・산업혁신체제로 산학연관의 혁신협의체를 구성해 국가적 기술혁신의 새모델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경쟁국 수준을 뛰어넘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R&D 기술개발 및 세제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기업 R&D를 위한 GDP 대비 정부지원 비중(0.29%)은 OECD 상위권(4위)임에도, R&D 조세지원율 순위는 대기업 31위, 중소기업 14위권(2021년 기준, 한국경제연구원, 2023.11)에 불과하다.
최근 주요 선진국은 경제안보 관점에서 정부 차원의 R&D투자 세제, 지원 확대, 대상기술 확대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R&D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국가 핵심 전략분야인 만큼, 철강 분야의 기술 패권을 확보할 수 있는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