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철강협회(이하 ‘WSA’)는 4월 9일(현지시간) ‘2024년~2025년 단기 세계 철강 수요 전망(SRO)’을 발표했다. WSA는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1.7% 반등한 17억9,300만 톤에 달하고, 2025년 세계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18억1,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철강경제위원회 위원장인 마틴 튜링거(Martin Theuringer) 박사는 전망에 대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2년 간 마이너스 성장과 극심한 시장 변동성을 겪은 후 2024년과 2025년 세계 철강 수요가 성장 궤도에 안착할 초기 신호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여러 강력한 역풍,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지속적인 영향,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비용과 가계 구매력 하락,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 강제적인 통화 긴축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력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이 통화 긴축 사이클의 끝에 접근하면서, 우리는 긴축된 신용 조건과 높은 금융 비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주요 시장에서 주택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초래하고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부문의 경기 회복을 방해하고 있음을 관찰했다. 세계 경제는 이 통화 긴축 사이클로부터 연착륙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통화 긴축, 고금리에 따른 높은 금융 비용 및 높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인해 세계 철강 수요 성장이 약하고 시장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中 철강 수요, 2024년 보합, 2025년 1% 감소, 中 제외 지역 2024~2025년 3.5% 증가 예상
2024년 중국 철강 수요는 부동산 투자 감소세 지속으로 2023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이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는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부문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로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는 중국 철강 수요가 1% 감소하며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측은 2025년까지 중국의 철강 수요가 최근 최고 수요 연도인 2020년보다 현저히 낮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 예측은 중국이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는 경제 발전 모델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중기적으로 중국의 철강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WSA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2023년 중국의 ASU(명목 철강 소비) 추정치는 공식 통계를 기반으로 하며 3.3% 감소를 시사한다. 이는 2023년 철강 수요 증가율 추정치를 2023년 10월에 발표한 이전 예측보다 약 5%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작년 4분기 중국 철강 수요는 실제로 2023년 10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약했다. 그러나 지표는 주요 철강 사용 부문의 실제 철강 수요가 예상 ASU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대한 WSA의 예상은 2024~2025년 동안 철강 수요가 연간 3.5% 증가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들 중 인도는 2021년 이후 철강 수요 증가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으로 부상했다. WSA의 예측에 따르면 인도의 철강 수요는 철강을 사용하는 모든 부문, 특히 인프라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철강 수요가 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프라 투자의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성장을 통해. 2025년 인도의 철강 수요는 2020년보다 거의 7,000만 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함께 세계 철강 생산능력 확대를 이끌고 있는 아세안과 MENA 지역은 2022~2023년에 철강 수요 성장세가 상당한 둔화를 보인 후 2024~2025년에 철강 수요가 다시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세안 지역의 경우 정치적 불안정, 경쟁력 저하 등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향후 철강 수요 증가 추세가 둔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철강 수요는 2024년 1.3%, 2025년 2.7%로 견고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EU에서 철강 수요가 마침내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이고 미국, 일본, 한국 등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EU 및 영국은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유럽의 철강 수요 부문은 여러 지정학적 갈등과 불확실성, 높은 인플레이션, 통화 긴축, 재정 지원의 부분적 철회, 여전히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하락 요인이 지속되면서 2023년 이 지역의 철강 수요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올해 전망도 크게 하향 조정되었다. 2024년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이 지역의 철강 수요는 마침내 2025년 5.3% 성장으로 의미 있는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EU의 예상 철강 수요는 2020년 팬데믹 당시 최저치보다 150만 톤 더 높을 뿐이다.
EU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철강 수요는 양호한 철강 수요 펀더멘털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2023년 주택시장 둔화로 급락했던 철강 수요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활발한 투자활동과 점진적인 주택경기 회복에 힘입어 2024년부터 빠르게 성장세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IREPAS “2024년 세계 봉형강 소비, 전년比 0.5% 감소 예상”, 판재·강관류는 ‘소폭 증가 예상’
올해 철강 수요의 경우 품목별로 판재류 소비는 소폭 증가하는 반면 봉형강류 소비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재류와 강관류의 경우 주요국들의 탄소중립에 따른 해상풍력 투자 증가, 세계 조선업 경기 호조, 에너지산업 호조, 공공인프라 투자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선진국들의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의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올해 세계 봉형강 소비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리고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지속되면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선진국과의 무역 갈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스틸오비스 2024년 춘계 컨퍼런스 및 제90회 국제철근생산수출협회 총회(SteelOrbis 2024 Spring Conference & 90th IREPAS Meeting)’에서 무라트 세베시오글루(Murat Cebecioglu) IREPAS 회장은 “주요 선진국들과 중국의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세계 봉형강 시장에서는 수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철강업계의 밀어내기 수출로 인해 세계 봉형강 시장은 불공정 무역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외에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등 지속되는 지정학적 갈등과 불확실성,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인해 세계 봉형강 수요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철강업계의 밀어내기 수출로 인해 한국과 대만, 베트남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봉형강 가격을 인하했고, 그 결과 세계 봉형강 시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EU는 물론 세계 봉형강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세베시오글루 회장은 “인도와 아세안, 중동 등 신흥국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요가 양호한 편이지만 해당 국가의 생산능력이 확대되어 전반적인 수급 균형은 큰 변동이 없다. 결국 미국과 EU, 일본과 한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고금리 정책 완화와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세계 봉형강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 CELSA 그룹의 수출 담당 이사인 알렉산더 고르디엔코(Alexander Gordienko)는 세계 경제의 성장에도 봉형강 수요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여러 악재에도 세계 경제는 올해 3.2% 성장할 것이며, 내년에도 성장할 것”이라며 “EU의 경우 그리스,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이 저조한 성과를 보이면서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 미국은 인프라 부문은 호조를 보이지만 주택 부문은 다소 침체될 것이며, 중국은 부동산 부문의 회복이 장기간 지연될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철강업계의 밀어내기 수출이 지속되면서 무역갈등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 반면 아세안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요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세계 철강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중국과 선진국들의 철강 생산은 감소한 반면 브라질과 인도, 이란과 튀르키예 등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르디엔코 이사는 “2023년 세계 봉형강 소비는 2021년 최고치보다 5.3% 감소했고, 2024년에는 0.5% 감소해 전년 대비 1,200만 톤의 소비 손실이 추가로 예상된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선재 소비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4년에는 선재 소비가 전년 대비 800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봉형강 가격은 수요 둔화로 인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며 내년 말까지 봉형강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가격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산업별 주택 ‘부진’, 자동차 ‘소폭 하락’, 제조 설비 및 공공인프라가 철강 수요 견인 예상
주요 철강 수요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고금리와 높은 건설 비용에 따른 주택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대부분의 주요 지역에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2023년에는 고금리로 인해 미국, 중국, 일본, EU에서 모두 주택 건설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통화 긴축의 지연 영향으로 인해 대부분의 주요 시장에서 주택 경기 부진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주택 경기의 의미 있는 회복은 2025년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비용과 불확실성, 자금조달의 어려움, 취약한 세계 수요로 인한 글로벌 제조 활동의 약화 또한 지난해 철강 수요 약세를 부른 주요 요인이었다. 선행지표는 2024년 글로벌 제조업 활동 회복의 시작을 시사한다. 자동차는 2023년에 억제된 수요와 공급망 제약 완화로 인해 다른 제조업과 달리 예외적으로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 모든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 1년 동안 두 자릿수의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데 이어 2024년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동차 부문은 비교적 견조한 약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및 자동차를 제외한 제조업 부문의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 지난해 세계 철강 수요를 뒷받침한 것은 제조 설비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한 강력한 투자 활동이다. 제조업 설비 투자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략 부문을 개발하고 전략 부품 및 소재의 공급 안보를 보장하려는 주요 경제국의 야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 전환이 필요한 세계 경제의 녹색 전환은 공공 인프라 투자 강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최근 세계철강경제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신규 풍력 에너지 설비에 대한 글로벌 철강 수요는 2020년대 초와 비교할 때 2030년까지 약 3배 증가한 약 3,000만 톤이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에너지 설비에 대한 철강 수요 비중은 글로벌 전체 수요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유럽과 같은 특정 지역의 경우 전반적인 철강 수요를 상당한 수준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녹색 전환 외에도 기후 변화 위험 증가 및 자연재해로 타격을 입은 국가의 재건 사업 및 공공 인프라 투자도 지난해 일부 국가들의 철강 수요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대지진이 발생했던 튀르키예를 포함하여 일본과 중국, 한국 등은 지난해 재난에 대비하거나 자연재해 복구를 위한 공공 인프라 투자가 철강 수요를 견인했다.
WSA는 공공 인프라와 제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높은 건설 비용과 노동력 부족이 많은 주요 경제국에 주요 제약 요인으로 대두되고, 이것은 단기적으로 공공 인프라와 제조 설비 투자의 추가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긴축 및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른 주택 경기 회복, 탈탄소화로 인한 인프라 수요는 호재지정학적 갈등 추가 고조 및 인플레이션 장기화, 주요국 재정 악화는 악재
한편 WSA는 지난해 10월 단기 전망의 마지막 업데이트 이후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완화되었으며 철강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와 함께 예상보다 빠른 인플레이션 완화가 철강 사용 부문, 특히 주택 건설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탈탄소화 노력이나 증가하는 기후 변화 위험에 대비한 공공 인프라를 강화하려는 노력의 가속화가 향후 글로벌 철강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이다.
반면 지정학적 긴장의 추가 고조, 예상보다 더 장기화되는 인플레이션 압력, 주요 경제의 재정 악화를 촉발하는 공공 부채 수준의 증가는 확실히 현재 진행 중인 경제 회복을 둔화시키거나 지연시킬 리스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