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관업계가 하반기 건설 경기 등 내수 침체에 적자판매 구조에서 벗어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열연강판(HR) 등 소재 가격의 큰 변동이 없다면 수익성을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북미 에너지용강관 수출을 비롯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25년까지의 에너지 시장 예측을 담은 올해 첫 단기 에너지 전망(Short-term Energy Outlook, 이하 ‘STEO’)을 발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향후 2년간 미국은 유정 생산 효율성 개선으로 인해 역대 최대 원유 생산량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인프라 확충 및 해외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천연가스 생산 및 수출량 또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1,292만 배럴이던 미국의 일평균 원유 생산량(barrel per day, b/d)이 올해 1,321만b/d로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는 1,344만b/d로 더욱 늘어나 미국 역대 최대 산유량을 지속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강관업계는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에너지용강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공장 증설 설립을 택했다. 세아제강지주의 미국 자회사 SSUSA 제조법인 설립 후 미국 현지 수요 확보를 위한 국내 강관사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휴스틸은 미국 텍사스주 클리블랜드시의 신규 공장에 설비 제작업체인 파이브즈와 협력해 OCTG 전용 생산공장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파이브즈와 계약을 맺고 클리블랜드시에 OCTG 설비와 관련한 솔루션을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주요 수출 시장인 북미 시장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어 넥스틸은 미국 진출을 위한 설비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 회사는 포항공장의 4인치 조관기 해체 작업에 돌입했고 2022년 하반기 미국으로 조관설비를 이전했다.
■ 조관기 증설부터 운영자금 확보 부담↑
강관사들이 시설투자와 운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에 있는데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에 국제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기업들은 자금조달 애로를 가장 우려한다. 아울러 원자재비, 물류비, 에너지 가격 등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단가 상승과 수요 위축을 불러 제품판매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채비율이 높은 이른바 '한계기업'이라 불리는 업체들은 높은 금리와 부채로 구조조정 상황으로 더 밀어붙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물 경기 침체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부채 상환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고 이후에도 현재 경기부진 이슈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이 1% 중반 이하로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강관 업계는 매출과 영업실적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영업활동으로부터의 현금흐름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역 중심의 강관 업체들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도 나오기 시작했고 덤핑물량을 풀어내며 자금상황을 개선해보고자 하는 업체도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몇몇 업체들의 법정관리와 부도설도 돌고 있다. 강관 업계는 그동안 제품 제조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보다 쉽게 원자재 변동성 수익에 의존했던 것이 결국 매출할인을 통한 회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업체들은 중고 조관기를 보유하고 있고 지역 거점 공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리 상승을 비롯한 운영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데다 기업 인수 이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 이 때문에 강관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강관업계는 올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 불황에 강관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전반적인 경기 불황을 견뎌내고 이후에 공장 매물을 살펴보겠다는 게 다수 강관사의 입장이다.
■ 도금로 가동으로 품질·생산성 확보
강관 제조업계는 도금로 증설로 백관 생산부터 품질까지 생산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도금로에 필요한 환경설비투자까지 하고 있다.
도금작업은 지난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전부개정되면서 ‘도급’ 금지작업로 규정할 정도로 위험·유해한 작업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사업주가 공정을 직접 관리하며 안전을 확보하라는 취지다. 이어 지난 2020년 산안법이 개정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현행법상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 위험 작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현행법은 도금, 수은, 납, 카드뮴을 제련, 주입, 가공, 가열하는 작업 또는 허가대상물질을 제조, 사용하는 작업에 한정해 소극적으로 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2024년말 상업 생산을 목표로 군산공장에 도금 증설 투자를 진행한다. 군산공장은 현재 2개의 도금로를 운영 중으로 이번 투자를 통해 1개 도금로 추가로 총 3개의 도금로를 확보하게 된다.
사이즈별 최적의 재고 구색 확보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통 체제를 구축함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의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품 라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홍콩, 일본, 동남아 시장의 수출 및 판매 확대와 함께 비미주 지역 판매 비중 증대 및 수출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현대스틸파이프는 외주 생산으로 도금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인 삼우와 협업을 맺었다. 삼우는 올해 상반기 도금설비 세팅을 완료하고 정상가동 중에 있다. 삼우 도금라인의 경우 국내 설비 업체가 제작해 최적의 환경 설비를 비롯해 제품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넥스틸은 도금로 운영을 위해 포항공장 옆 공장부지 4,000여㎡를 경매로 매입한 바 있다. 여기에 회사는 도금로를 설치해 직접 운영해 나가고 있다. 회사는 배관용강관부터 컬러각관까지 제품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가절감과 생산 시스템 개선을 통해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건축비용 증가에 도금강관부터 전선관까지 대체재 판매
최근 건설 자재값 증가로 강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 시공사가 도금강관부터 전선관까지 고가의 제품에 대한 대체제를 찾아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컬러각관은 건축 인테리어 금속공사에서 토목가공부터 인테리어, 데크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데크의 경우 아연도금 각관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건축비용 증가에 컬러각관을 사용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또 전선관의 경우 나사 없는 전선관 등 박강전선관을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시공현장에서는 주로 후강전선관이 거의 100% 사용돼 왔다. 그러나 나사 없는 전선관 생산의 시작으로 국내 구조관 업계에서도 전선관 시장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선관의 대표 수요처인 물류센터의 경우 지난해부터 공사비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착공이 지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민간 건설 경기 악화로 제품 생산 및 판매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나사 없는 전선관은 융용아연도금 강관 제품으로 후강 전선관 또는 박강 전선관과 달리 관단부 나사 가공이 필요 없다.
이와 함께 연결 부속품을 사용해 쉽고 빠르게 시공할 수 있다. 아울러 제품 경량 및 연결방식에 따라 설치 및 해체가 용이해 유지보수성을 높이게 된다. 특히 후강 전선관 보다 무게가 가볍고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어 작업자의 현장사고도 줄일 수 있다.
제품 두께의 경우 전선관은 외경 21mm부터 113.4mm까지 규격이 다양한데 두께에 따라 후강 혹은 박강으로 구분된다. 후강 전선관은 보통 2.3~2.8mm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나사 없는 전선관은 1.2~1.8mm로 일반 전선관 보다 두께를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원가절감의 사례로 제품 사용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통업계, 수익성 위주의 판매전략 필요
강관 유통업계는 하반기 제품 매입에서 경쟁력을 찾기 보다 안정적인 수익성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유통업체들은 단순 건설사 입찰에서 최저가 입찰 방식에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입찰 물량도 줄었다. 재유통에서도 강관 제조사들과의 판매 경쟁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관용강관을 비롯해 구조관 가격 상승에도 지난해와 같은 가수요가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른 강관 유통업계의 재고 매입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파산에 이르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수입대금을 연체하게 되고, 금융권의 대출금 상환 압력도 급증한다. 결국 중소기업은 지급 불능 상태로 전락하고 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관 유통업계는 신규 사업을 통한 매출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유통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가공 사업을 비롯해 신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제품 가공부터 판매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유통업계는 단일 제품 판매보다 다양한 사이즈를 비롯해 C형강 등 고객사의 주문에 대응하며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물류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제품 사이즈 주문을 원스톱(One Stop)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구조관 업계는 C형강 및 농원용강관, 포스맥강관 등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C형강의 경우 건설 산업에 집중돼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에 따라 국내 태양광 수요도 동반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