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러강판, 수출만이 살길
2023년은 국토교통부의 품질인정제도에 따른 내수 판매 확대 수혜와 하반기 수출 전략 등으로 큰 실적 타격 없이 마무리 지은 한 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내수보다는 수출 확대만으로 전체 실적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4년 컬러강판 생산과 내수 판매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232만8,387톤, 내수 판매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와 9.0% 늘은 116만9,734톤과 116만8,586톤을 기록할 것으로 관망된다.
먼저 생산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 컬러강판 라인들의 평균 가동률을 살펴보면, 동국씨엠과 KG스틸이 77%, 포스코스틸리온 75%, 세아씨엠 72%, 디케이동신 54%, 디씨엠 70%, 아주스틸 28% 수준을 보였다.
대형사 위주로는 70% 이상의 가동률을 나타냈다. 이 수준은 올해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위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 전략과 내수에서의 정품 판매 확대 등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물량 증가에 따른 생산 확대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또 아주스틸의 경우, 최근 CGCL라인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28% 수준의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작업들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디씨엠은 최근 알루미늄복합판넬 생산으로 중국 CCL 설치작업을 실시하고,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소형 업체들의 생산 능력 보충과 대형 제조사들의 판매 확대 등이 더해진다면 컬러강판 제조사들의 전반적인 가동률은 올해도 70~8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판매는 패널 시장 하락세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 폭은 제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컬러강판 수요 시장의 130만톤 중 건재 사용량은 100만톤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각 제조사의 샌드위치패널향 내수 판매 비중은 70~80%에 육박하기 때문에 해당 산업 부진에 따른 실적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복합자재 품질인정제도 도입 후 EPS패널의 제조가 단계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실제로 화학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복합자재 품질인정제도에 따른 시장구조 변화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하던 EPS 비중(60%)은 20%로 줄어들고, 4분의 1도 미치지 못했던 그라스울의 비중(20%)는 60%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수 판매 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컬러강판 업계의 수출 확대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쿼터를 최대 활용함과 동시에 서남아와 중남미향에서는 중국과 일본 열연가격의 약보합세로 원가경쟁력 제고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서다.
특히 유럽쿼터의 경우 올해부터 지난해와 달리 물량이 1% 증량됐고, 글로벌 쿼터가 첫 도입되는 등 기존 대비 우호적인 수출 환경이 갖춰진 만큼 해당향으로의 판매에 주력할 확률은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현지법인 설립과 함께 해외 전시회를 기획하는 등으로 글로벌 판매 및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수출 확대 움직임은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우리나라 컬러강판 수출은 61만6,65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증량됐다. 유럽 수출은 지난해 13만3,638톤에서 올해 21만943톤으로 일년 만에 57.8% 확대됐다. 또 북미와 서남아시아, C.I.S(독립국가연합) 수출 역시 각각 11만8,538톤, 8만606톤, 3만8,16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14.3%, 56.2%로 안정적인 두자릿수의 수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전 수요는 2024년 하반기부터 풀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고 교체 주기도 예상보다 일찍 돌아오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또 인도 경제 고성장과 유로24, 파리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 영향으로 2분기부터 가전 수출 판매가 늘고 있다.
가전향 판매는 4월부터 기운을 차리고 있다. 철강금속신문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가전용 컬러강판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아주스틸과 디씨엠 등의 내수와 수출 판매 실적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로 두 자릿 수 성장했다. 아주스틸의 경우 지난해 4월 5천톤에 불과했던 물량을 올해 1만톤까지 79% 확대했고, 디씨엠의 경우 지난해 6,900톤에서 8,300톤으로 43% 판매 실적 증대를 이룬 상태다.
컬러강판 업계에 가전 회복의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전산업 침체로 지난해부터 월 2만톤도 공급하지 못했던 대형업체의 경우는 최근 4월부터는 2만톤 이상의 물량을 공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부터 가전산업의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통상적으로 2분기 성수기, 3분기 준성수기, 4분기 비수기에 접어들어왔음에 따라 3분기까지 판매 실적 증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석도강판, 역대급 보릿고개
올해 석도강판업계는 표면처리업계 중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수입산 물량 증가에 따른 국내 시황 부진에 수출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어서다.
올해 석도강판 생산은 55만5,892톤으로 어려웠던 작년보다 더 줄을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속 감소다. 석도강판 생산은 2018년과 2019년, 2021년 60만톤 이상을 기록해왔지만 2022년부터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내수 판매 부진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석도명가 TCC스틸의 공장가동률은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은 65.2%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화다이나믹스는 0.78% 소폭 증가한 72.8%이었다. 석도강판업계의 경우 공급자가 극소수로 제한돼있고, 경기 변동을 타지 않는 영역인 만큼 충격적인 공장가동률을 보인 것임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석도업계 관계자는 “내수 판매 급감으로 공장가동률은 물론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며 “공장 가동률은 라인 보수 등 계획된 휴지를 제외하고도 80%이상 수준을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는 근무형태 수정과 탄력적인 라인 공장 운영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내수 부진은 수입 증가로 곧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페인트 용기와 미술관, 에어로졸 등 잡관시장의 수요가 이미 중국산으로 옮겨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격 격차를 1년 이상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은 지난해보다 5% 이상 더 증가해 6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5만톤 돌파에 이은 또 다른 사상 최대치다.
○ 수출도 큰 기대는 없어
석도강판 수출은 36만3,33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되나 확대에 따른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평균 판매 단가가 일년 전보다 이미 톤당 200달러 이상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석도강판 수출은 14만1,39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최근 3년이래 최대 물량을 기록한 것이지만, 수출 평균 단가는 가장 낮았다. 다시 말해 수익성이 낮았다는 뜻이다.
지난 5개월 간의 석도강판 해외 수출 평균 단가는 톤당 1,163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5달러 낮아졌다. 북미 시장에서는 1,554달러 수준으로 높은 수출 금액이 보장됐지만,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900달러대의 낮은 단가를 기록했다.
특히 동남아시장의 경우 중국 저가재와의 가격 경쟁으로 판매 역시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 기간 동남아 수출은 6만9,104톤으로 전년 도익 대비 7.2% 줄었다. 또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약 50% 이상에서 45%로 축소된 상태다. 업계 내에서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보호무역규제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출 시장 역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도업계가 수출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이들이 미국과 유럽과 같은 고가 시장에서의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한국산 석도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심사를 진행해왔지만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결정이 향후 수출 물량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석도강판의 미국 수출은 쿼터로 운영된다는 것과 경쟁국인 중국과 캐나다 등 기업들에 부과된 반덤핑도 함께 철회됐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석도강판의 미국 연간 수출 규모가 약 5~6만톤 수준으로 매년 증량 없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미국 반덤핑 철회에 대한 기대감은 낮춰야하는 상황이다.
미국보다는 유럽 수출에 기대를 좀 더 걸어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5월 16일부터 중국산 석도강판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조사는 발표 시점부터 14개월 동안 지속됨과 동시에 7~8개월 안에도 중국에 임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석도강판을 구입해왔던 현지 수요가들의 구매 심리에 변동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