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동 가격 상승세는 4월에 이어 5월까지 이어졌다. 강세 모멘텀으로 인해 5월 20일 기준으로 3월 말에 비해 14% 급등했다. 이러한 최근 급등에도 불구하고 구리 가격은 여전히 수많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글로벌 광산 공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광산 중단 및 폐쇄와 운영 중인 광산의 광석 등급이 점점 낮아지면서 이미 처리비용과 정제비용(TC/RCs)이 급락했다.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신규 광산 개발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지만, 발견부터 생산까지 평균 16~17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외부 재활용, 공급 파이프라인 강화는 적절한 투자가 있어도 즉시 이루어질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가 점점 더 전기화되면서 구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것이 2025년부터 부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현재 구리 공급부족 예측의 주된 이유이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열풍에 편승한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기대가 확산되면서 구리 가격 상승세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16만건 이상의 계약이 누적된 비상업 선물 매수 포지션은 단기적으로 구리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게 한다.
실제로 LME 투자펀드 스프레드를 보면 과열 양상이 뚜렷했다. 5월 초까지 매수 포지션은 전체 투자 펀드 포지션의 거의 73%를 차지했다. 전체 매도 포지션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지만, 구리 가격 상승에 대한 투자는 1월 초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수 포지션의 상당한 상승으로 인해 구리 가격은 5월 20일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가격은 더욱 강세를 보였다. 5월 14일 구리 압착으로 인해 일중 거래가 일시적으로 톤 당 1만1,00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마감으로 가격이 반등하는 동안 CME 가격은 LME 가격보다 톤당 30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으로 5월 14일 마감되었다. 이로 인해 재정거래창이 열리며 CME에서 숏스퀴즈 현상이 심화됐다.
□ 단기 시장 과열 우려
실제 글로벌 전기동 수급 상황은 공급과잉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전기동 수급은 28만7,000톤의 공급과잉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보세창고 재고를 감안할 경우 공급과잉 규모는 33만5,000톤에 달한다.
동광산 생산은 칠레와 인도네시아, 페루, 미국,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여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고, 전기동 생산은 칠레 생산이 5% 줄었지만 중국 6.5%, 콩고민주공화국 34% 급증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늘었다.
전기동 소비는 4% 늘었는데, 중국에서 6.5% 늘었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지역 소비는 부진하여 중국을 제외한 1분기 전기동 소비량은 0.7% 증가에 그쳤다.
이렇듯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기동 가격이 강세를 보인 것은 단기적으로 과열된 시장임을 의미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 양산항 수입 전기동 프리미엄은 마이너스 수준을 보이고 있고, 중국 제련소들의 감산 합의에도 상하이거래소 재고는 계절적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대 소비국의 이러한 수급 상황은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관망세 또는 수요 위축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속 장기적인 수요 낙관론과 빈번한 공급 갭(supply gap) 발생 가능성 하에서 장기적으로 구리 가격 강세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반면 투기적 매수세까지 가세하여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점은 과열 양상을 진화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이 전 세계 수급 상황을 인지하고 상대적으로 높아진 가격 수준에 적용해 나갈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런던이나 상하이 등 글로벌 거래소 재고에서 실물 수요 개선 움직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전기동 가격은 상승 랠리가 지속되기 보다는 한동안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NH선물투자는 단기 과열을 둘렀나 경계심이 해소되기 전까지 무분별한 추격 매수를 자제할 것으로 권고했다. 그러면서도 장기 구리 시장 낙관론을 유지하며 향후 12개월 전기동 가격 예상 범위를 기존 8,300~1만1,000달러에서 9,000~1만2,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패스트마켓은 최근 구리 가격 랠리가 기술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급 펀더멘털은 현재 가격이 보여주는 것만큼 견고하지 않지만 투기적 활동이 랠리를 이끌로 있다고 보면서, 앞으로도 가격 급등 시 매도보다는 하락 시 매수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격 상승 움직임이 향후 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