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아연연구그룹(ILZSG)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정련 아연 시장은 14만3,000톤의 공급과잉을 기록했다. 이는 원자재시장 분석기관인 패스트마켓의 수요-공급 모델에 의해 추정된 공급과잉 규모(20만 톤)에 비해 적은 규모였다.
런던금속거래소(LME)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재고는 1분기에만 14만9,000톤 증가했다. ILZSG의 수정된 제련 활동 추정치는 지난해 글로벌 정련 아연 시장에 더 많은 공급과잉을 기록했음을 나타냈다.
ILZSG는 3월에 연간 공급과잉량을 21만7,2000톤으로 추정했다가 4월에는 22만9,500톤으로 높여 잡았으며 최신 추정치로는 29만4,5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1분기 정련 아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아연 수요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연도금강판 시장은 점진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정부가 부동산 부문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발표한 점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조 위안의 추가 자금 지원 외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계약금 요건도 완화했다. 지방 정부는 일부 잉여주택 재고 매입을 시작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 및 가전 제품과 같은 아연도금강판을 소비하는 부문의 안정적인 활동은 아연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 하겠다는 약속도 수요 호전을 기대케 한다.
다만 무역, 생산 및 재고 통계로는 지난 4월 아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3%가량 감소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높은 철강제품 재고와 맞물려 철강 부문의 예상 사용량 축소가 나타날 경우 재고 감소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잠재적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아연도금강판 수요는 꾸준하며 최근 통과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 인플레이션 감소법, CHIPS법(반도체 생산 인센티브 지원 관련)과 같은 법안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ILZSG에 따르면, 미국의 아연 수요는 1분기에 6.6% 감소했는데, 거래소 재고가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업스트립 부문의 재고 감소가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제 활동과 인프라 투자가 재고 보충을 지지함에 따라 올해 잔여기간 동안 아연 수요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1분기 아연 수요는 1.5% 증가했는데, 이는 패스트마켓 전망치 2.8%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2분기 수요 증가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지만 철강 업계의 수급과 주요 건설 및 자동차 부문의 수요 증가가 아직까지 미미한 상황에서 생산 감소 소식으로 인해 이 예측이 하향 조절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신 제조업 PMI는 제조업 활동이 5월에 13개월 연속으로 감소하여 취약한 거시경제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아연은 주로 아연도금강판, 합금강 등의 생산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철강 업황이나 철광석 가격에 동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부동산 시장 우려가 여전하며 철광석 가격은 톤 당 100달러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중 아연 가격 상승세는 다소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5월 런던 금속 거래소 아연 가격이 거의 3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일련의 아연 광산이 비용으로 인해 수익이 심각하게 감소했기 때문에 운영을 중단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일랜드에 있는 유럽 최대 아연 광산인 볼리덴(Boliden)사의 타라(Tara) 광산이다. 이 광산은 2022년에 19만8,000톤의 정광을 생산했지만 2023년 7월부터 유지보수에 돌입하여 4분기에는 전혀 생산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전 세계 아연 광산 생산량은 1.4%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 호주, 아프리카, 남미 등 일부 주요 광산 지역의 생산 문제로 인해 정광 선적이 지연되어 원자재 공급에 더욱 부담이 되었다. 2~3월 남아공 감스버그(Gamsberg) 아연광산의 광석 생산량은 박리 문제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감소했다.
기존 광산의 생산량 감축 외에도 올해 신규 광산 증설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연 원료 공급망에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미국의 제재와 화재사고로 세계 5위 아연 광산인 러시아 오제르노예 광산의 생산도 지연됐다. 이러한 광산 공급 차질로 인해 중국 내 정광 제련수수료는 급격히 떨어졌다.
중국 제련업체들은 아연 정광의 70%를 국내에서, 3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입 정광 가격이 높아지고 제련수수료는 떨어지면서 손익분기를 맞추기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제련소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관리 및 유지보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시장 참가자들은 3월에 비해 4월 중국의 월간 아연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볼리덴은 오는 4분기에 타라 광산의 생산량을 늘려 2025년 1월까지 완전 가동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광 공급의 타이트함이 완화되면 정광 제련수수료 하락세이 일단락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