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錄). 요즘 기자의 최대 고민이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집에 살고 있는데 비가 오면 지붕에서 녹물이 흘러내려서다. 새것을 좋아하는 만큼 작년 신축 건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 집은 녹물 마를 날 없는 집이었다. 핑크 젤리와 같았던 우리집 강아지 발바닥은 지금은 주황색이 돼버린지 오래다. 근사했던 대리석 외벽에는 갈색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우리집 지붕은 컬러강판 블랙 징크 강판이다. 지붕에서 녹이 쓸기 시작했고 처마 아래쪽에는 코팅이 바랬거나 벗겨서 원판의 색을 찾아가고 있는 상태다. 집주인이 모르쇠로 일관해 어느 나라에서 만든 불량품인지는 밝혀내진 못했다.
다만 우리나라 컬러강판 제조사의 제품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국내 컬러강판 품질 제고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제품 불량이 나는 경우는 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용의 선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더 큰 문제는 품질 미달 제품이 우리집에 어떻게 적용됐는 가다. 품질인정제도 도입으로 아연도금 함량이나 컬러강판 도막 두께들을 법제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규격만 정해놓고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관리도 처벌도 약하니 이 법은 있으나 마나다.
기자는 오늘도 물 빗자루를 들고 야외 테라스 청소를 한다. 올해 장마는 7월 말은 돼야 끝난다고 한다. 일도 바쁘고 휴가도 가야 하는 데 바지런히 청소해야한다. 제때 치우지 않으면 바닥에 찌든 녹 때를 제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