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영세업체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뼈 빠지게 일해도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4곳은 번 돈으로 이자를 못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어 사업을 하는 업체는 지금 숨 막히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원금 상환도 부담이지만 높은 이자는 더 큰 부담이다. 당장 꺼야 할 불이지만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이자 낼 형편이 못 된다. 이처럼 채권 부실 문제는 비탈길을 굴러가는 눈덩이가 되어 기업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기업대출 연체율이 2012년 2분기 이후 역대 최고다. 전술한 바와 같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41.4%에 달했다. 중소기업은 이 중 55.2%로 과반을 넘겼다. 대기업도 29.2%로 30%에 육박했다. 1 미만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채권자가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최후 상황임을 의미한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불명에도 따른다. 이처럼 고금리는 많은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더 큰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생명보험과 같은 연대보증으로 뭉친 대형 건설사야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중소 건설사는 연쇄부도가 불가피하다. 그 불똥은 우리 업계로 옮겨 붙을 것이 뻔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되어야 할 두 산업이 부실로 얽히고설키면 그 결과가 어떻다는 것은 자명하다. 문제의 발단은 고금리다. 이 불을 끄지 못해 더 큰 불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은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불행을 보며 즐거워할 수 없다. 아픔은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로 괴로워하는 이면에 미소 짓는 부류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쉽게 짐작했겠지만 채권자인 은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은행이 배부른 것은 기업 대출이 크게 작용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가계대출 금리보다 높다. 기업이 내는 대출이자를 통해 곳간의 살림을 늘린 것이다. 이 웃지 못할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더 큰 문제는 은행이 앞으로 기업 대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한다. 자금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영위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이자 장사로 쌓아 놓은 곳간의 재물을 함부로 풀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대출은 엄두도 못 내게 생겼다. 금융권의 수익은 생산적이지 않다. 돈 장사로 벌어들였기 때문에 불로소득에 가깝다. 그래서 고객들을 하늘 섬기듯 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권은 고객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 배만 부르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모습이 몹시 못마땅하다.고리대금(高利貸金) 업자로 전락한 금융권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주위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고금리다.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이자를 일부 유예해 주고 나중에 이자율이 내리면 그때 갚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원금·이자를 한꺼번에 갚게 하는 제도에서 원금만이라도 유예하는 것도 방법이다.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의 민생고통 경감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은행이 솔선해 금리 인하나 유예 등을 할 리 만무하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니와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런 대책 없이 국민의 고통을 지켜보고만 있으면 영세한 업체들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올 수 없다. 2023년 폐업 건설사가 500곳이 넘었다고 한다. 타 산업도 마찬가지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이 입증됐다. 이 문제는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 가계에도 닥친 문제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 특히 어느 한쪽만 행복한 나라여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금리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대책은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