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 철강업계의 주요 위기를 말할 때만 꼭 이야기되는 주제가 있다. ‘탄소 규제’, ‘친환경 철강 생산 경쟁 심화’ 등이 그것이다. 철강업계는 친환경 철강 생산 체제 마련에 비용 부담과 기술력 축적 등에서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와 입법부(국회), 지자체 등에 지원책 마련과 정책적 배려를 주문하고 있다.국가 기간산업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딱히 이상하지 않는 장면이다.그런데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2대 국회철강포럼에 한 정치권 인사가 친환경 철강재 경쟁 문제에서 업계에 뼈 있는 지적을 했다.
이날은 다수 국회의원들이 초당적으로 국내 철강산업 보호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토론·연구 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행사 막바지 자유토론 시간에 한 국회의원은 “개인적으로 철강업계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점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에 정치권이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전했지만, 업계 스스로 충분한 계획과 실행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라며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움직이는 굼뜬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철강업계 참석자가 “기술 발전이 우리가 원하는 심리적 속도보다 느릴 수밖에 없음을 헤아려 달라”고 답하며 “다만 철강업계 내에서도 대책과 대응, 진척 속도가 충분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업계 행적을 돌아보면 수 년 전부터 친환경 생산을 준비하고 이제 상업 생산과 시생산에 나서는 선진국 철강업계에 대비해 국내 철강업계에 대응책 발표와 시행이 뒤늦은 감이 있다. 다만 철강업계는 친환경 철강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업계가 사장(死藏)될 수 있다는 긴박감으로 소홀함과 인색함 없이 친환경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이번 해프닝에서 깨달은 것은 철강업에 대해 이해도가 있는 국회의원이 ‘꿈뜨다고’ 인식할 정도라면, 철강업의 친환경 지속발전 노력을 잘 모르고 있는 일반 국민들은 철강업계가 환경 문제에 있어 정말 ‘나태하다’고 인식할 수 있겠다는 점이다. 철강업계가 국민과 정부, 국회, 지자체를 향해 친환경 생산 체제 구축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바라기에 앞서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해나가고 있는지 충분히 인식시키고 실질적인 친환경 생산 실적도 달성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