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산 후판 수급 실적이 전월 대비 크게 개선됐다. 계절적 비수기 시장 진입에 따라 생산과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실적은 전월 수준을 웃돌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 개수 종료와 함께 제품 출하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판업계는 국내 시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가격 하락과 시장 질서 붕괴를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수요산업 업황 부진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이 연일 이어져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코로나 시대 이전 가격으로 돌아갔으며, 잇따른 저가 물량 등장으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본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제조 3사가 7월 생산한 후판은 75만9천 톤으로 전월 대비 7.7%, 전년 대비 5.9% 늘었다. 월간 후판 생산량은 지난 1월(77만1천 톤)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 국산 후판 내수 판매는 48만2천 톤을 기록해 전월 대비 6.9% 증가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2.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산 후판 판매가 전월 대비 7% 가까이 늘었지만, 1월 이후 6개월 연속 50만 톤을 밑도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 개선으로 국산 후판 판매가 증가해, 올해 연간 900만 톤에 가까운 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었다”라며 “실제 판매량은 증가하지 못했으며, 조선용 후판 기준으로는 4년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비조선용 시황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으며 가격 또한 약세를 기록 중이다”라며 “올해 연간 수요가 800만 톤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올해 7월 누계 국산 후판 판매량은 335만 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9.6% 줄었다. 전방산업 업황 개선의 수혜를 전혀 입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올해 중국산 등 수입산 후판 물동량은 7월 누계 기준 135만 톤으로 전년 대비 2% 가까이 늘었다.
조선용 후판으로 선호되던 일본산 물동량은 42만 톤으로 전년 대비 20% 줄었지만, 저가 중국산이 약 86만 톤으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조선업계의 중국산 선호도가 높아지며, 중국산 수입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25일 실적발표회에서 “중국산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격차가 크고, 갭을 메꾸기 어렵다”라며 “중국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후판 유통가격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톤당 90만 원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2021년 4월 이후 톤당 90만 원 이상의 가격을 형성한 바 있다. 더욱이 80만 원 후반대의 저가 물량이 일시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이 하락과 함께 시황 또한 부진을 이어가고 있어, 적극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국내 철강업계는 내수 시황 극복을 위해 제품 수출을 늘리며 수급 조절을 진행했다. 7월 제품 수출은 약 24만 톤으로 전월 대비 7.2%, 전년 대비 15.5% 늘었다. 누계 수출도 159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5% 증가했다.
다만 후판 수출가격도 글로벌 철강 시황 부진의 여파로 하락하는 추세를 그리고 있어, 철강업계의 걱정도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국산 후판 평균 수출가격은 800달러를 웃돌았는데 지난 6월에는 770달러로 급격히 하락했다. 더욱이 7월 국산 후판 수출가격은 746달러를 기록하며 2021년 4월 이후 최저 가격을 형성했다.
동국제강 후판 제품. 동국제강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