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치 임대, 토지면적 850평, 문의…”취재차 들른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단지 어느 건물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서울의 대표적 산업단지 가운데 하나였던 문래동 철강단지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금요일 오전에 방문했던 문래동 철강단지는 시끌벅적함과 분주함으로 가득해야 할 시간이지만 단지는 비교적 한산했다. 셔터를 내린 업체들도 눈에 띄었다. 거리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단지를 채우는 주연 중 하나가 돼야 할 작업장 기계 소리도 이따금 출연하는 조연에 불과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업체 근로자는 “가공업체들이 문을 많이 닫았다”고 무심히 말했다. 한 유통업체 대표는 “상반기보다 더 안 좋아진 느낌이다”며 “건설경기가 많이 안 좋다”고 말했다. 값싼 중국산 철강재의 습격, 부진한 국내 건설 경기, 철강 시황이 좋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업황의 반전을 기대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빛을 바래곤 했다. 이러한 상황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철강단지지만 그 가운데 포기하지 않고 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그 상황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잠깐의 부침이 있을지라도 철강 종사자들의 노력이 이어지는 한 철강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얼마 전 있었던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축구, 배구 등 주요 종목들의 예선 탈락,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 등 악조건 속에서도 역대 최대 금메달 개수와 메달 수 역대 2위의 성적을 거두며 대반전을 이뤄냈다.현재 한국 철강업계는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고부가 제품 개발,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철강업이 비관적 전망 속 대반전을 이룬 우리 올림픽 선수단처럼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하는 반전을 이뤄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