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돼가고 있대요?”
취재차 들른 시흥 중앙철재종합상가 한 가공업체 사장이 기자가 상가의 이전 현황에 대해 묻자 이렇게 되물었다.
5일 비가 예보된 오후, 금천구 시흥동 석수역 맞은 편에 위치한 중앙철재종합상가를 찾았다. 단지에 들어서자 ‘중앙철재종합상가 정비사업’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1987년 설립돼 대표적 철강유통단지로 자리매김한 상가는 현재 ‘석수역세권 지구단지계획구역 내 상가개발계획’에 따라 경기도 화성으로의 이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1년 4월 중앙철재종합상가 주주총회에서 참석 입주민 139명 중 125명(약90%)의 찬성으로 이전 합의가 이뤄졌다.
시행사로 선정된 엠제이와이홀딩스는 2022년 6월 ‘시장정비사업’을 신청하며 사업에 착수했다. 8월엔 조직개편으로 금천구청 서남권개발팀이 신설돼 이전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후로 2년이 지난 지금 취재를 온 철재상가엔 이전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상가 15동, 16동에 화재가 났었는데 복구가 이루어져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셔터를 내린 업체들도 더럿 있었지만 단지 내 대부분의 업체들이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몇몇 업체들에 이전사업현황에 대해 묻자 잘 모르거나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한 가공업체 사장은 “어떻게 돼가고 있냐?”며 오히려 되물었고, 또 다른 업체 사장은 듣고 피식 웃기만 했다.
해당 상가의 개발을 담당하는 금천구청 서남권개발팀에 전화해보니 “아직 개발사업서가 안 나왔다. 특별히 해줄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에서는 “현재 모든 업체를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할 지, 업체들에 개별적 법적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할 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에게 되물었던 사장에게 화성으로 이전하실 거냐고 묻자 “교통도 그렇고 안 갈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도 “안 갈 것이다. 화성으로 가면 외국인 노동자를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38년동안 대표적 철강유통단지로 명맥을 이어온 상가가 이전을 잘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취재를 마칠 무렵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다. ‘철강인’들은 그게 무슨 별일이냐는 듯 담담히 저마다의 작업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