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가전 LG 오브제컬렉션 제품 라인업./LG전자
2024년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가전 기업들 역시 긴장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회복은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역시 이에 맞는 '회복 전략'을 짜내느라 분주하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디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가전 시장의 규모는 약 7120억 달러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2% 성장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수요 침체가 올해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성장세를 보장하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 수요 부진·경기 침체…큰 폭 성장은 어려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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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가전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 부진과 경기 침체다.
글로벌 최대 가전 시장인 북미의 경우 주택 시장 약세와 소비가 꺾이면서 수요 감소를 겪었다. 짐 피터스 월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집을 새로 구매해야 가전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데, 주택 거래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모기지 금리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올해도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전 시장도 고물가와 수요 위축 등 여파로 10%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TV와 에어컨, 세탁기 등 국내 대표 가전제품 38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가전 시장은 매출액 기준 전년 대비 12% 하락했다. 수량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올해 상황 역시 좋지만은 않다. 상반기에는 파리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AI 가전의 수요 창출이 기대 이하인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국내 대형 가전사 역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중심의 생활 가전 연간 수요는 제한적 수준의 성장을 보일 전망"이라며 "상반기는 전방위적 수요 위축이 기존 예상보다 개선됐고, 중남미와 인도 등 신흥시장 중심의 안정적 환율 유지 및 유가 상승에 따른 산유국 소비 개선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반기는 당초 기대보다 회복이 더딜 것으로 관측되며, 금리인하 지연과 신규 주택 착공 감소 등 매크로 영향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전 소비 위축은 이미 진행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가전 내수 경상금액(잠정치)는 2조 97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 1279억 원)대비 5% 감소했다. 코로나19이후 보복 소비 현상이 본격화한 지난 2021년(3조 6162억 원)시기부터 해마다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전제품의 올해 3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100 아래를 밑돌아 밝지만은 않은 전망을 나타냈다.
EBSI는 0∼200을 갖는 지수로서 전 분기에 비해 경기를 밝게 보는 의견이 많을수록 200에, 경기를 어둡게 보는 의견이 많을수록 0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좋게 보는 의견과 나쁘게 보는 견해가 균형을 이룰 경우 100이 된다.
항목별로 보면 2024년 3분기 중 수출국 경기(128.1→145.3)은 전분기 대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단가(119.6→54.9), 수입규제·통상마찰(120.1→97.0), 설비가동률(100.4→99.7) 등 대외변수가 악화하면서 수출 채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韓 주택 거래, 美 '빅컷'…"수요 모멘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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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하반기 국내와 북미 시장에서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가전 수요 정상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증가세를 보이고, 미국 주택거래량 전망을 고려했을 때 가전 수요도 덩달아 늘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늘면 가전 수요는 통상 비례 곡선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매매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1만 2083건 △2월 1만 3671건 △3월 1만 6184건 △4월 1만 9507건 △5월 1만 9842건 △6월 2만 1888건 등으로 5개월 만에 1만 건가량 늘었다
또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미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6.0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6.09%)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지난 8월 미국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386만건(계절조정 연이율 환산 기준) 전월 대비 2.5% 감소했다.
8월 통계에 반영되는 6~7월 모기지 금리가 7% 안팎을 나타냈다. 그러나 9월 이후부터는 금리 하락이 주택 재고량 증가와 맞물려 향후 몇달 간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 AI 혁신 나선 삼성·‘B2B 강화’ LG전자…3분기 실적은
세계 시장을 주요 무대로 삼은 국내 가전 기업들은 하반기를 기약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상반기 AI 가전 경쟁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하는듯 했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는 판매 확대에 나섰지만 효과가 미미했고, LG전자는 구독 서비스 확장으로 실적을 개선해나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올해 2분기 약 4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7400억 원에서 33.7% 감소한 것이다. DA사업부만 따로 보면, 약 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경쟁사인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694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보다 16.4% 가량 증가한 것으로, 삼성전자 DA사업부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셈이다.
3분기부터는 실적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82조2933억원, 12조1432억원이다. 매출액은 1개월 전 컨센서스보다 1조7679억원 적고, 영업이익 눈높이는 10% 이상 낮아졌다.
상반기까지 강력했던 실적 회복 흐름이 하반기 들어 느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특수가 일부 반도체에만 집중된데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제공대신증권은 올해 3분기 LG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익 추정치를 각각 21조9930억 원, 1조53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2%, 5.6% 증가한 금액이다.LG전자는 B2B 영역 강화로 상고하저 실적 패턴을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비중을 4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AI 시대 해결해야할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열 관리 칠러 사업, HVAC(냉난방공조) 사업, 플랫폼·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생활가전 담당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는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52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TV 사업을 맡고 있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을 담당하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 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제공실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반기 이후를 대비해야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를 선언한 데 이어 올해를 AI 가전의 원년으로 삼고 'AI 가전=삼성' 공식을 공고히 하는 데 애쓰고 있다.
한 부회장은 IFA 간담회에서도 "AI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소비자가 불편해하는 것, 싫어하는 것, 어려워하는 것을 해결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연결된 경험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 AI 시대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가전 사업 B2B 전환 핵심으로 HVAC 사업을 강조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 8월 '인베스터 포럼'에서 “발전소,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사양의 칠러를 공급해 온 경험과 HVAC 사업 고효율·고성능 원천 기술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며 “탈탄소, 전기화 등 시장 변화 흐름을 타고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