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 및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 부진으로 대내외 수요가 침체된 가운데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증가에 따른 공급 부담의 이중고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단기간 내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가 9월 23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2024 KIS Credit Issue Seminar’에서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정익수 수석연구원은 국내 철강산업의 신용도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정익수 수석연구원. (사진=철강금속신문)2023년 이후 비우호적 업황으로 외형 및 이익 감소 추세 지속, 재무구조는 안정적
우선 국내 철강산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2023년 이후 비우호적 업황 개로 외형 및 이익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적 약세 하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일관제철사 중심의 분기별 이익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판매량 감소 및 판매가격 하락 동반으로 매출 축소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수요 부진 및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전가 제한으로 판재 및 봉형강 모두 마진 스프레드가 감소하고 있으며, 가동률 하락에 따른 단위당 고정비 상승, 인건비 및 유틸리티 비용 증가, 일회성비용 등도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2022년 이후 확장적 투자로 선회한 일관제철사를 중심으로 순차입금이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이익 축소와 맞물려 재무 커버리지 지표도 저하 추세이다. 다만 장기간 축적된 자본 여력과 수익성 저하를 상쇄하는 운전자본 흐름 등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지하고 있다.
수요 부진에 수급 불균형 심화, 원자재 및 철강 가격 동반 약세 지속
철강산업 수급 동향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 하락과 함께 전 세계 철강 수요는 최근 2년 간 역성장했다. 비탄력적 공급 구조상 수요 부진에도 공급량 감소 폭이 제한되면서 수급 불균형 격차가 심화되었고, 국내 철강시장도 내수 부진, 수출 제약 및 중국산 수입 증가로 무역 구조도 저하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은 2022년 이후 전반적인 약세 속에 높은 변동성이 수반되고 있다. 최근에는 낙폭 확대로 8월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했고, 철강재 가격 또한 수급 불균형에 따른 하락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열연강판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톤당 70만 원대로 회귀했다. 이처럼 대세 하락 속에 지역별 가격 편차가 존재하는데, 중국 철강 가격과 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국내 철강시장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다.
그리고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수요산업별 업황에 따라 강종별 수급 여건이 차별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 부문의 경우 PF 리스크 해소 지연에 따른 침체가 지속되면서 봉형강 및 건재용 판재시장의 판매는 급감했다. 반면 자동차 부문은 2023년 이후 업황이 호전되면서 특수강 및 차강판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연수요 소진과 구매 여건 저하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도 내재되어 있다. 조선 부문의 경우 수주 잔고 회복에 힘입은 건조량 확대는 긍정적이나 수입산 대체 심화로 국산 후판의 실질적 수요는 제약을 받고 있다.
업황 회복까지 중장기적 접근 필요, 단기 신용도 위험 제한적이나 강화된 리스크 관리 필요
세계철강협회(WSA)는 글로벌 철강 수요의 중단기 저성장을 전망하고, 중국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 2024년 단기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국내철강산업은 산업의 변곡점에서 ▲중국 ▲내수 ▲수출 변화 등 3개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익수 수석연구원은 “국내 철강산업은 업황 회복 시까지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며, 단기 신용도 위험은 제한적이나 강화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기 요소를 살펴보면 중국의 경우 과거와 같은 대규모 감산 조치와 설비 폐쇄 등 유의미한 공급 충격이 없을 경우 철강시장 불황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의 경우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는 데다 높은 건설 의존도에 따른 소비 구조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현재 성장을 견인할 수요산업도 부재한 상황이다.
수출의 경우 주요 선진국들과 신흥국들이 모두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수출시장 내 중국산과의 경합도 증가 등으로 인해 수출 판로가 좁아지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구조족 요인들로 인해 국내 철강산업의 사실적 약세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익수 수석연구원은 “국내 철강사들의 향상된 재무적 체력을 감안하면 당장 신용 위험으로 전이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 내에 업황 회복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여 효율적, 적시적 투자 및 구조조정 하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정적 업황과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에는 결국 신용도 영향으로 이어질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주요 업체별 신용도 전망에 대해 정익수 수석연구원은 포스코의 경우 ‘AA+/안정적’, 현대제철에 대해서는 ‘AA/안정적’, 세아베스틸은 ‘A+/안정적, A2+’, 세아창원특수강은 ‘A+/안정적’, 현대비앤지스틸에는 ‘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