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재활용국(BIR)이 발간한 '2024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반제품 및 완제품 수출이 급증하고, 러시아산 저가 빌릿 공급이 확대되면서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에서 철스크랩 활용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역별로 철스크랩 구매 동향을 살펴보면 중국은 2024년 상반기 1억2,254만 톤의 철스크랩을 활용하여 세계 최대 철스크랩 활용 국가라는 지위를 유지했으며, 해당 기간 국가의 조강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음에도 철스크랩 활용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조강 생산 감소에도 철스크랩 활용이 증가한 이유는 중국 정부의 철강업계의 전기아크로(EAF) 생산능력 확대와 탈탄소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중국의 활용은 증가했으나 전통적 철스크랩 수입국인 한국과 대만의 경우 경기 부진과 철강업체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원료 조달 전략 변경으로 인해 올해 1~8월 철스크랩 수입이 각 전년 동기 대비 45%, 11% 감소했다.
반면 신흥국인 방글라데시의 경우 반제품 및 완제품 수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여 철스크랩 수요가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했으며, 베트남 또한 제조업과 인프라 부문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인해 8월 누적 기준 철스크랩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신흥국들의 수요 증가에도 아시아의 주요 철스크랩 수입국인 한국과 대만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아시아의 주요 철스크랩 공급국인 일본의 8월 누적 기준 철스크랩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EU의 경우 올해 에너지 대란과 공급망 충격에 따른 경기 부진이 지속됐음에도 강력한 탈탄소화 정책으로 인해 상반기 철스크랩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4,361만 톤에 달했다. 다만 독일의 경우 올해 자동차 및 건설산업 부진이 지속된 데다 철강제품 재고 수준도 높아 철스크랩 사용량도 늘지 않았고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세계 철강시장에서 주요 철스크랩 공급국 역할을 해 온 EU의 경우 탈탄소화로 인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올해 상반기 철스크랩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7%나 감소한 736만 톤에 그쳤다. 다만 이에 대해 신흥국들이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이로 인한 무역 갈등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철스크랩 수입국인 튀르키예는 올해 대지진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상반기 철스크랩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1,571만 톤, 철스크랩 수입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998만 톤을 기록했다.
그리고 제조업 성장과 인프라 투자 확대로 올해 주요국들 중 철강 수요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인도의 경우 자국 내 철스크랩 공급 확대와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인해 상반기 철스크랩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한 388만 톤에 그쳤다.
올해 세계 경제의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주요 철강 생산국들의 생산 감소로 인해 EU에 이어 세계 2위 철스크랩 수출국인 미국의 상반기 철스크랩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한 719만 톤을 기록했다.
수요 부진으로 인해 미국의 철스크랩 가격은 몇 달 동안 횡보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인해 4분기에는 가격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BIR은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모두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부진과 함께 중국의 높은 재고 수준으로 인한 저가 밀어내기 수출 증가,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국들의 생산용량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도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세계 철스크랩 수요가 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요국들의 탈탄소화 및 전기아크로(EAF) 생산용량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 연준의 금리 인하와 주요국들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공급망 재편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설비 투자 증가와 신흥국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내년부터는 서서히 국제 철스크랩 수요가 회복되고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