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의 호조에도 고금리 및 채권시장 불안, 주요 수출국 경기 둔화와 중국산 완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 등으로 인해 CHQ선재 시장이 장기 침체되는 가운데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연구기관들이나 증권업계 등에서 발표한 ’2024년 하반기 및 2025년 산업별 경제 전망‘을 보면 ’침체 지속‘이라는 단어를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건설, 조선, 중장비, 전기전자, 산업기계 등 자동차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방산업들이 중국의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과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해 부정적인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세아특수강의 CHQ선재. (사진=세아특수강)국내 CHQ선재 시장 또한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내수 공급 시장은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창원특수강 3개의 원소재 제강사와 세아특수강, 대호특수강, 현대종합특수강을 정점으로 한 신선업계, 파스너업계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자동차를 제외한 전 산업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종 수요처인 파스너업계의 실적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문의 경우 국내산 소재를 우선 채택하게 하여 해당 부문의 수요는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 및 중장비 부문은 국내는 물론 주요 수출국들의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생산이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했고, 하반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던 전기전자와 산업기계 부문 또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CHQ선재 수요 또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시행 중인 자동차 부문의 경우 국내산 소재를 활용한 부품만을 구매하기에 일정 수준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으나, 건설 및 중장비, 기계, 전기전자 등 다른 산업 부문에서는 CHQ선재 수입은 많지 않으나 파스너 완제품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하는 데이터에 CHQ선재의 수출입동향은 따로 표기되지 않고 있다. CHQ선재의 HS코드가 명확하지 않아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동차 부문 외에는 완제품인 파스너의 수입이 많으며, 심지어 공공부문까지 저가의 중국산 수입 파스너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CHQ선재를 포함한 국내 선재 시장의 경우 판재나 다른 봉형강류와 달리 KS 외에 특별한 인증 규정이 없고, 건설 부문의 경우 시방서 규정이 미흡하여 수입재의 침투가 용이한 편이다. CHQ선재는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부문의 엄격한 품질 인증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입재 문제는 적으나 완제품 형태의 수입이 많은 것이다.
CHQ선재 시장의 불황 돌파와 수입재 침투 문제에 대해 고로사들과 신선업계, 파스너업계는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대 수요그룹인 파스너업계의 경우 저가의 중국산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전반적 시장 확대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소재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포스코와 CHQ선재업계에서는 공동 연구개발을 통한 신수요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다만 다른 선재 품목과 마찬가지로 건설 관련 인증제도 정비 및 시방서 규정 개정 등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는 공감대를 보였다.
그리고 선진국들의 탄소 규제와 전기차 전환 등 변화하는 대외 환경에 맞춰 ESG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저탄소 소재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한 부문의 노력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이 향상시킬 수 있는 업계 간 협력과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스너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로사와 신선업계, 파스너업계의 의견은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현 상황은 단기간 내에 해결이 어려운데 고로사-신선업계-파스너업계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으는 동시에 정부에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수요개발과 함께 국내시장을 방어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