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후판’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회색지대
컬러강판이 ‘컬러후판’이라는 이름으로 통관됐다. 실체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서류상으로만 분리된 품목일 뿐, 실제로는 일반 후판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코드상에서는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분류된다. 행정의 구분이 산업의 현실을 왜곡하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 냉연 모재 컬러강판이 후판 코드(7210.70)로, 특수강봉강이 철근 코드로 신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HS코드의 빈틈을 노린 이른바 ‘코드 왜곡’이다. ‘컬러후판’은 그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기술적으로는 후판 계열에 속하지만, 서류상으로만 ‘컬러’라는 이름을 붙여 별도 품목처럼 거래되고 있다. 이름이 행정을 앞서고, 행정이 산업을 따라가는 기이한 구조다.
현재 통관 체계는 신고 중심이다. 수입업체가 제출한 코드와 서류가 일치하면 실물 검증 없이 통과된다. 이 때문에 냉연이 후판이 되고, 환봉이 철근으로 둔갑하는 일이 반복된다. 현장 실물 검증이 생략된 구조에서 코드는 얼마든지 ‘선택’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두께나 강종을 직접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서류상 코드를 유리하게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물보다 행정이 앞서는 구조가 편법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코드 왜곡은 단순한 행정상의 혼선으로 끝나지 않는다. HS코드 통계가 반덤핑 조사와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코드와 실물이 불일치하면 덤핑률 산정의 정확성 자체가 흔들린다.
후판은 후판대로, 컬러강판은 컬러강판대로 존재하지만, 그 사이의 경계는 서류상 ‘명칭 하나’로만 구분되고 있다. 통계와 실물의 괴리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특수강봉강의 ‘철근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반덤핑 제소 이후 일부 수입업체들이 중국산 봉강류를 철근 코드(7214.20 등)로 신고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외형과 용도가 명확히 다른데도, 행정 절차상 코드만 맞으면 통관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조금만 들여다봐도 구별되는 제품이지만, 실물 검증 절차가 없다 보니 통계상으로는 같은 품목이 된다”고 꼬집었다.
결국 HS코드의 느슨한 구조가 시장의 신호를 흐리고, 통상 대응력까지 약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덤핑 조치가 시행돼도 코드상 회색지대가 남으면, 그 틈을 이용한 우회 통관이 반복된다. 업계는 “서류상 존재하는 품목을 실제 기준으로 재분류하고, 두께·용도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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