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소재 가격 상승과 수급의 어려움으로 착색아연도금강판(컬러강판) 업계는 수익성 회복에 중점을 뒀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전통적으로 가격 인하를 거세게 요구했지만 지난해 상황이 다르게 나타났다. 컬러강판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공급은 빡빡해지면서 가전업체들도 원가인상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컬러강판 공급 부족 현상이 하반기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신규 CCL을 도입했지만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공급부족을 완전히 해소하기까지 시간이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어 하반기 다수의 업체들은 재고 증가와 겨울철 비수기로 인해 제품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 2022년 상반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의 프리미엄 컬러강판 제품
■ 2022년 내수 판매, 재고 증가로 상반기 판매 하락
2022년 컬러강판 내수 판매는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재고 증가와 겨울철 비수기로 인한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샌드위치패널 등 건재용 컬러강판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산 컬러강판의 경우 매달 4만톤 이상 국내로 들어온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업체들의 공급 부족도 해소되면서 전체적으로 공급이 원활해졌다.
아울러 지난해 컬러강판 생산라인 도입으로 인한 생산 증가도 이뤄졌다.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아주스틸이 올해 생산라인이 도입되면서 전체적으로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부산공장에 S1라인을 신규 도입하면서 컬러강판 생산라인이 9개로 늘어나고 연간 생산능력도 85만톤에 이르게 됐다. S1 라인은 라미네이트 강판 전용 라인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한 광폭 라인으로 연간 7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컬러강판 고부가 제품군인 럭스틸과 앱스틸의 포트폴리오를 최적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어 KG동부제철은 컬러강판 생산라인 2기를 도입했다. 해당 라인은 연간 30만톤 규모로 지난 2020년 4월부터 약 950억원이 투자됐다. 이는 KG그룹이 2019년 KG동부제철을 인수한 직후 진행한 첫 투자로, 2007년 열연공장 신설 이후 약 13년 만에 이뤄진 설비 투자여서 의미가 있다. 인천공장에서 컬러강판 라인 4기를 통해 연간 50만톤을 생산해왔던 KG동부제철은 이번 증설로 컬러강판 생산능력을 연간 80만톤까지 확대하게 됐다. 이번에 신설되는 컬러강판 5호, 6호 라인은 첨단 설비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게 특징이다. 5호 라인의 경우 가전제품용 컬러강판을 주력 생산할 예정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라미네이트 강판도 만들 수 있다.
아주스틸 역시 김천공장을 짓고 신규로 CCL 1기를 도입해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어서 추가적인 투자 소식도 전해졌다. 아주스틸은 김천공장에 올해 도입한 설비에 이어 CCL 1기를 추가로 놓기로 했다. 세아씨엠도 군산공장에 세 번째 CCL 도입을 위한 투자를 확정했다.
이처럼 컬러강판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설비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컬러강판은 다른 철강재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히고 있어 투자 매력이 있다고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아직까지 고급재 시장은 투자를 통해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전까지 컬러강판 시장은 단순히 도료만 컬러강판에서 특화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의 판매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컬러강판 업체들은 매년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기존에 컬러강판이 적용되지 않던 수요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영업력도 강화하고 있다.
■ 물류대란·반도체 부족 등 변수 주목
가전용 컬러강판 수요가 2022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변수가 등장하면서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2021년 들어 가전용 컬러강판 수요는 크게 늘어나면서 컬러강판 업체들의 판매 증가를 견인했다. 이는 건재용 컬러강판의 수요도 있지만 가전용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이 판매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가전업체들은 올해 들어 가전 수요 증가로 인해 평년 대비 주문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4분기는 가전용 컬러강판 판매 비수기로 꼽히지만 업계 내에서는 4분기에도 판매는 견조했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하면서 4분기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먼저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해 스마트폰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가전 생산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또한 미국 주요 항구에서 발생한 물류 적체가 발생하면서 선박들이 항구에 짐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매출 상당 부분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는데 물류대란과 해운 운임 인상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이러한 수요 감소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전히 국내 유통시장 내에서 건재용 컬러강판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버티고 있으며 유통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4분기에 지연된 공사가 지속적으로 재개될 경우 샌드위치패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면서 건재용 컬러강판 역시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