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맞춰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국제사회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중국 일본 등에 이어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기업들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줄이거나 흡수하는 탄소량을 늘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를 다섯 번째로 많이 배출하고 있다.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또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그 기업의 평판을 좌우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가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정부는 미래 지향적 기술 혁신을 통해 초기단계인 기후위기대응 신시장을 선점해 신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인센티브 방식의 지원 기반 확충에 노력키로 했다. 아울러 저탄소신산업, 기후산업, 그린에너지산업 등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의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편집자주>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모형
■ 탄소중립 위한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본격 추진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수소 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을 위한 비전을 ‘2021 수소 모빌리티+쇼에’서 각사의 수소 사업과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철강 산업은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철강 산업 선두주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배출한 탄소는 각각 8,148만톤, 2,224만톤이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상용화할 수 있다면 상당한 규모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는 연간 국내 수요가 2030년 194만톤, 2040년 526만톤 이상으로 증가하고, 활용 분야도 석유화학산업 중심에서 수송, 발전 등으로 확대·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수소경제위원회 출범 및 그린뉴딜 정책을 선언하고 수소경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공법은 국내 최초로 수소환원제철소의 원리와 이를 통해 구현되는 가상의 제철소를 모형과 영상으로 시각화해 전시회에서 소개했다. 포스코는 현재 보유 중인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여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상용화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포스코는 제철소 부생가스와 LNG 개질을 통한 그레이수소를 2025년까지 연간 7만 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포집 및 저장하는 블루수소를 2030년까지 연간 50만 톤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재생에너지를 통한 CO2 Free 그린수소 생산 거점을 전 세계에 구축하여 2050년 연간 500만 톤의 수소 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사업 추진 현황을 이번 박람회에서 구체적인 모형과 영상으로 공개했다.이와 함께 포스코는 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해 ‘생산-운송-저장-활용’ 전 주기에 걸친 가치사슬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의 수소 도입 사업과 해외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포스코에너지는 수소 전용 터미널을 구축함과 동시에 현재의 LNG터빈 발전을 30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소터빈 발전으로 전환한다. 포스코건설은 수소 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물론 수소 저장과 이송에 필요한 프로젝트 시공을 담당하게 된다.향후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공법 연구와 수소를 ‘생산-운송-저장-활용’ 하는데 필요한 강재 개발, 부생수소 생산 설비 증대, 수소 생산 핵심기술 개발 등의 역량 강화는 물론 ‘그린수소’ 유통 및 인프라 구축, ‘그린수소’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이어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수소비전에 맞춰 수소환원제철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기존 석탄 기반의 제철 공장과는 달리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고 그 반응 과정에서 물만 배출되는 친환경 제철 공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 철강재는 그린스틸로 현대차그룹이 만들어 갈 탄소 중립 사회 실현에 일조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현대제철의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그린전력으로부터 생산된 그린수소를 환원로에 투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철광석과 그린수소는 샤프트 형태의 반응로에서 환원철로 만들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물이 배출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철의 원료는 그린전력을 이용하는 전기로에 투입 및 용해되어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스틸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기존 철강재는 1톤을 생산 시 약 2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는데 이로 인해 대기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린스틸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 탄소중립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현대제철의 수소공장에선 현재 연간 3,500톤 규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1회 6.33kg의 수소를 충전해 609km를 주행할 수 있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기준 연간 2만km씩 달린다고 가정한다면 1만7,000 대의 넥쏘가 가 1년 내내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수소의 절반은 자동차 충전용과 반도체 정밀 클리닝 공정으로 공급되고 나머지 절반은 제철소에서 제품 산화방지 용도로 사용한다.현대제철은 현재 연간 3,500톤 규모인 수소 생산량을 4만 톤으로 늘리기 위한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는 넥쏘 약 20만대가 1년 동안 달릴 수 있는 방대한 양이다.
국제 철강·비철금속 산업전의 그린어블(Greenable)존에 전시된 제품 모습.■ 수소와 세상을 연결하는 안전한 수소 생산·운송·저장용 강재 개발포스코는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수소 이송용 강재를 국내 최초 수소시범도시인 안산시에 적용했다.수소시범도시는 주거시설, 교통수단 등에 수소에너지를 이용하는 친환경 도시로 국토교통부는 2019년에 안산시, 울산광역시, 전주·완주시를 수소시범 도시로 지정한 바 있다. 지금까지 국내의 수소 이송용 배관은 6인치 이하의 소구경 수입산 심리스(Seamless)강관이 주로 사용되어 왔으나, 국내 수소시범도시는 수소 이송량이 많아 지름이 8인치인 대구경 배관으로 설계된다.일반적으로 8인치 이상의 대구경 강관은 용접 강관이 사용되나 용접부의 안전성 확보 문제로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이에 포스코는 수소에 의한 제품 파손과 부식에 견딜 수 있도록 용접부의 수명과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킨 철강재를 신규 개발하는 등 소재 국산화를 추진했다. 이번에 포스코가 개발한 강재는 영하 45℃에서도 용접부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성 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 조관사에서 강관으로 생산할 예정이다.수소와 관련된 인프라 현황을 살펴보면 수소 충전소의 경우 탄소강으로도 990bar의 압력을 견디는 수송 배관과 저장 용기 제작이 가능하다. 이 때 사용되는 강관이 일반 용접강관인 ERW강관 보다 압력에 강한 무계목강관이다. 무계목강관이 압력에 강한 이유는 가운데가 비어 있는 둥근 모양의 강관을 용접하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이음매(Seam)가 없다.특히 고압수소 저장용기는 무계목강관의 직경을 넓혀서 제작하는데 990bar급 용기는 대구경 무계목강관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는 제작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국내는 물론 해외 강관사와 협력해 수소 배관, 용기용 강재 수요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수소에너지 상용화의 핵심은 고압을 견뎌내는 소재 기술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수소전기차나 수송용 튜브트레일러는 소재 경량화라는 과제가 추가된다. 현재 수소 차량에 탄소섬유 등 복합소재가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 그러나 복합소재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스틸의 수소 대응력이 높아진다면, 복합소재와 경쟁 가능한 소재가 되는 것은 물론, 수소 상용화의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 7일 강관세미나에서 스틸투모로우 나병철 부사장은 “생산된 수소를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액화처리 설비가 필요로 하는데 이와 관련된 철강재는 STS강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석연료를 개질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는 추출기와 압력 변동 흡착기로 구성되는데 이와 관련해 STS무계목강관, 봉강, 선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어 나 부사장은 수소 충전소와, 수소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먼저 수소 충소에 대해 그는 ”수소 압축 장치에는 STS강재와 탄소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압수소 저장용기의 경우 대구경 무계목강관을 사용하고, 배관에는 오스테나이트계 STS소구경 무계목강관이 사용되며 이러한 수요는 2025년 이전부터 충전소 구축 활성화 영향으로 본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그는 ”튜브 트레일러용 무계목강관 수요는 2025년까지 연간 평균 8,750톤에서 9,400톤 정도 발생할 전망이며 기체 수소 파이프 라인용 강관 수요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6,020~9,330톤 정도 발생할 전망이다“고 예상했다.
■ 철강업계, 물류·운송에도 ‘친환경’ 적용국내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개발과 함께 친환경 정책을 물류·운송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 중 하나인 물류(수송)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운송수단 도입과 함께 철도수송 등 친환경 운송을 확대하고 있다.포스코는 현대제철과 ‘물류부문 협력 강화 및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공정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부분까지도 배출 저감에 협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아 성사됐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제품 운송 선박과 전용 부두 등 연안 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광양과 평택, 당진항 구간에 연간 약 24만톤 물량의 복화운송을 추진한다.복화운송이란 두 건 이상의 운송 건을 하나로 묶어 공동 운송하는 것으로, 공차나 공선 구간을 최소화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송 방법이다. 기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광양-평택,당진 구간에 각각 연 130만톤과 180만톤의 코일을 개별 운송해 왔으나, 이번 복화운송을 통해 양사는 연간 각 12만톤을 상대방의 선박으로 운송하게 되었다. 이로써 포스코 코일로로선이 월 2항차, 현대제철 전용선이 월 1~2항차 가량 운항횟수가 줄어 소나무 54만 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와 맞먹는 연간 3천톤 가량의 탄소배출 감축이 예상되며, 최대 6%의 물류비 절감도 기대된다.뿐만 아니라 선사 역시 공선 운항을 최소화하게 되어 매출 및 영업이익이 3~1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상 운송이 불가한 당진과 평택 사이 구간과 광양과 순천 사이 구간에 공로 루트가 신규 추가되어 지역 화물운송사 역시 화물량 증대가 기대된다.포스코과 현대제철은 지난해 8월 성공리에 시범운영을 끝마치고 9월부터 본격적인 복화운송에 들어갔으며, 적용 대상량을 단계적으로 늘려 당초 계획인 연 24만톤 수준에서 최대 60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의 주요 원료는 해외에서 수입돼 해외선적이 중요하고 제품 무게 때문에 연안 해운을 활용 중이라 해운물류와도 연관성이 크다”며 “운송에 투입되는 선박을 친환경 연료선으로 바꾸고 것과 동시에 친환경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