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조선업 코로나 팬데믹 뚫고 비약적 성장...韓 조선업계 ‘쾌재’
지난해 세계 선박 신조선 시장은 해상 물동량 수요 증가와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교체 수요 증가 등으로 매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컨테이너 선주들의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재투자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전체 발주량이 크게 호전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2020년 연말까지 숨죽이며 억눌려왔던 선박 교체 수요 및 해상 무역 수요가 2021년 조선 시장에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는 지난해 3분기까지 선박 누적 수주량이 3,755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84%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를 인용한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세계 선박 수주 실적은 4분기 추정치를 감안해 4,510만톤 수준에 이를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2020년보다 94.4% 급성장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클락슨 리서치의 최신 자료는 지난해 1~11월 세계 발주량이 4,507만CGT(전년 동기 대비 138%)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를 감안하면 12월까지 합한 2021년 전 세계 수주 실적은 수출입은행의 추정치보다 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세계 조선 시장에서는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들의 발주 급증세가 확연했다. 선종별로 컨테이너선 발주가 1,280%(3분기 누적 실적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액화천연가스선(LPG)선 발주가 281.9%, LNG선 발주가 149.4%, 벌크선 발주가 59.8%, 유조선 발주가 33.8% 증가했다.
더구나 단순히 주력 선종들의 발주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이 이들 선박을 대부분 수주했다. 한국이 수주한 선종 구성을 살펴보면 발주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 컨테이너선이 40.5%(3분기 누적 기준), LNG선 27.4%, 유조선 11.5%, LPG선이 10.5% 수준으로 기록됐다.
국내 조선업계의 3분기 누적 컨테이너선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3,121.8% 증가했다. 선종별 전년 동기(1~3분기) 대비 수주 증가율은 유조선이 70.3%, 제품운반선이 14.5%, LNG선이 562.7%, LPG선이 546.3%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늘어난 글로벌 발주물량 대부분이 사실상 국내 조선소의 일감으로 연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지난해 연말,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초순을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은 목표 대비 151%, 삼성중공업은 목표 대비 130%, 대우조선해양은 목표 대비 140%를 달성했다. 12월 실적을 제외하고도 전년 실제 수주 실적보다 업체별로 37~48% 상향한 목표를 손쉽게 뛰어넘어 섰다.
- 2022년 세계 신조선 시장, 지난해 못지않은 호실적 기대
2022년 세계 수주량은 예년에 비해 높은 선가(船價)와 조선소별 수주잔고 증가로 제한적인 발주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최신 자료에서 2022년 세계 선박 수주량이 3,670만CGT 수준으로 지난해 추정치 대비 18.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 후판의 원소재인 철광석 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신조선 가격의 20% 수준을 차지하는 후판 등 강재 가격의 강세 지속이 예상되고 있다. 선주사들이 높아진 신조선 가격에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신규 계약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넉넉한 수주 잔량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카타르와 러시아 등에서 발주될 대규모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저부가가치선의 대량 수주보다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수익성을 우선시한 선별 수주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언뜻 세계 수주량이 전년 대비 약 19% 급감한다는 전망은 조선 시장이 위축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를 제외한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연평균 세계 선박 수주량은 2,660만CGT 수준에 불과하다. 2022년 전 세계 선박 수주 전망은 이보다 약 1,000만CGT, 38%나 많은 편이다. 이는 지난해 선박 발주가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올해 수주 실적 전망이 부진해 보이는 착시효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것은 2022년 건조량도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조성 시장이 침체한다는 근본적인 오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2년 세계 선박 건조량은 2,880만CGT 수준으로 전년 추정치 대비 14.5%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건조계약 체결에서 실제 건조까지는 통상적으로 1년 반~2년(대형조선소/대형선 기준)이 소요된다. 2022년 건조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2020년 수주가 예년보다 부진했음을 의미한다.
내년 세계 조선 시장 전망 중 직접적으로 개선이 기대되는 부문도 있다. 2022년 전 세계 수주잔량은 9,320만CGT로 전년 전망치 대비 약 800만CGT, 9.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량 전망이 지난해보다 19%가량 급감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서도 건조량이 앞서 설명했듯 저년 대비 15%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21년 일감 증가율과 2022년 견조한 발주 및 수주를 감안하면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9,000만CGT 시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 2022년 국내 조선업, 안정적 성장세 지속할 듯...지난해보단 부진
국내 조선업 전망은 세계 조선업 전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업계가 저가 선종부터 고부가가치 선종까지 높은 수주경쟁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글로벌 조선 시장이 견조할 것이란 앞선 전망은 국내 조선업계에도 해당되는 설명이다.
2022년 국내 조선업 수주량은 1,360만CGT로 전년 추정치 대비 260만CGT, 16%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지난해 강재 및 선박 가격 급등에 대한 수요가들의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신조선 수요 자체가 2021년에 크게 해소되면서 2022년은 그에 대한 기저효과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2년 수주 전망치도 지난해를 제외한 최근 5년(2016~2020) 평균 수주량 840만CGT 수준과 비교하면 무려 약 61%가 많은 편이다. 2022년 역시 국내 조선업계의 업황이 예년에 비해 준수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국내 조선업의 선박 건조량은 860만CGT로 2021년 추정치 대비 15.7%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 건조 전망치와 같은 이유로 건조 선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20년 발주량 및 국내 수주량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를 조선용 후판 수요 급감으로 연결하여 보긴 어렵다. 전년 대비 국내 건조량이 급감한 것은 2021년 건조량이 예년에 비해 많았던 기저효과 때문이지 2022년 건조량이 예년에 비해 적다고 볼 수 없다. 2021년 건조량이 1,020만CGT로 추정되는 가운데 연도별로 2018년 773만CGT, 2019년 951만CGT, 2020년 880만CGT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2022년 국내 조선업 수주잔량은 3,130만CGT 수준으로 2021년 추정치 2,630만CGT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했듯 수주량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건조량이 수주량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선업 판매실적은 선박 인도 시점에서 평가된다. 때문에 건조량 감소 전망은 2022년 선박 수출 실적 감소 전망으로 이어진다. 국내 수요를 제외한 2022년 선박 수출액은 201억달러로 전망된다. 2021년 추정치 221억달러보다 9% 감소할 것으로 평가됐다.
조선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업계 패러다임이 빠르게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2021년 6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안건을 채택함에 따라 2023년부터 더욱 강화된 해상오염물질 배출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게다가 IMO는 '현존선 에너지 효율지수(EEXI/ Energy Efficiency Existing-ship Index)'와 '탄소집약도지수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를 2023년부터 신설 도입하여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축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에 조선업계는 기존 선박유인 벙커-C유를 대체하여 LNG와 바이오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또는 연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를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관련 선박 건조 및 친환경 에너지 운송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철강업계에서도 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선박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경량 강화 소재 개발과 친환경 원료 저장·운송(지상 및 해상)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에 착수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수요에 따른 친환경 선박 소재 개발에 협력하면서 관련의 강재 수급 확대와 용접 기술 개발 등에 공동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