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 잔재물과 폐인쇄회로기판(폐 PCB) 등에 대해 올해 1월 1일부터 할당 관세가 적용된다. 특히 폐 PCB는 신규 할당 관세 품목에 편입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귀금속 잔재물의 수입 물량 전체에 대해 1년간 할당 관세를 0%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귀금속 잔재물은 2021년 할당 관세가 적용되어 1%의 관세율을 부과받았지만 올해는 무관세로 전환되었고, 폐 PCB의 경우 3%의 관세를 적용받았지만 올해부터 무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산업부는 "귀금속 잔재물과 폐 PCB 등 원부자재를 다루는 기업들의 원료 확보 경쟁력과 생산 증대 및 관련 산업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할당 관세란 수입 물품에 대해 수입 확대 혹은 수입 억제를 위해 일정 할당량에 대해 관세를 더하거나 감할 수 있는 제도다. 관세법 제71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원활한 물자 수급 또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특정 물품의 수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할당 관세를 가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상기 품목에 대한 할당 관세 감면의 법적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작년 8월 정부가 발표한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2.0' 중 폐자원 재활용 촉진 방안에 따라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됐다.
귀금속 잔재물과 폐 PCB에는 동, 금, 은,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 및 희유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귀금속 잔재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LS 니꼬동제련이 유일하게 귀금속 잔재물을 수입 및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금속 잔재물은 귀금속 및 희유금속 생산을 위한 필수적인 원료로서 탄소 중립 시대에 소재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귀금속 잔재물에서 은, 백금, 텔루륨, 팔라듐 등을 추출해 태양전지 패널, 해상풍력발전, 전기차,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 촉매, 이차전지 및 수소차 연료 전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귀금속 잔재물 및 폐 PCB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폐 PCB 발생량 및 유통량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병목 현상 및 운임 상승 역시 공급 감소세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 간에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부는 할당 관세를 적용을 통해 빠듯한 공급 상황에 다소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할당 관세를 통해 폐 PCB 1만 톤의 수입 증가가 이뤄진다면, 420억 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추가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부는 2020년 기준 폐 PCB를 통해 1,200억 원 어치의 유가금속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환경 관련 산업 등이 각광받으며 신산업들이 등장하는 시대에 이러한 할당 관세 조치들이 관련 산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용적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산업부에 따르면 귀금속 잔재물에 대한 관세를 2% 인하했을 시 수입 업체에서 덜어낼 수 있는 부담이 4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 PCB의 경우 관세 3%를 인하함으로써 1년간 17억 원이 넘는 관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치를 40%로 상향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며 산업계도 탄소 중립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귀금속 잔재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율 인하를 통해 귀금속과 희유금속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소재 산업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수입 물량 증가로 국내 금 및 팔라듐 등의 가격 인하도 기대할 수 있으며, 현재 수입 부족 현상으로 인해 65%에 불과한 귀금속 생산 가동률을 높여 생산 증대, 수입 대체 효과, 국내 가격 안정화, 일자리 창출, 이차전지·태양광 등 연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