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선용 후판의 생산과 내수 판매 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신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상·하반기 공급 협상에서 가격 인상과 공급량 확대에 합의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용 후판 생산량은 403만1,559톤을 기록했다. 전년 376만9,957톤 대비 약 26만톤, 6.9% 증가했다. 지난해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평균 톤당 160.2달러(최고 톤당 220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48% 급등했음에도 생산 규모가 증가했다.
이는 내수 판매 호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조선용 후판의 내수 판매량은 367만6,489톤으로 전년 321만4,841톤 대비 약 46만2천톤, 14.4% 급증했다.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조선용 후판이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량은 1,744만CGT로 전년 대비 112% 급증했다. 이에 후방 산업인 후판 제조사들도 덩달아 일감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후판 제조업계는 업체별로 연간 공급 가격을 톤당 30만~40만원 인상하기 합의하면서 생산원가 부담을 이전보다 크게 경감할 수 있었다.
다만 생산량 대부분은 내수 공급에 치중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국산 조선용 후판의 수출 실적은 32만6,690톤으로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49.7%) 급감했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일본과 이탈리아를 포함해도 기타 국가들이 조선업 경쟁력이 대부분 뒤처지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후판업계 입장에서도 인상을 합의하며 공급 확정 물량을 확대하기로 약속한 만큼 국내 공급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조선용 협상은 또다시 치열한 논리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작된 상반기 협상에서 조선업계에서는 지난해 가격 인상 내역과 경영 실적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후판 업계는 선박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철광석 및 석탄 가격 강세를 이유로 최소 동결, 물량에 따라서는 톤당 5만원 안팎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 모두가 조선업 일감(수주잔량)이 넉넉하고 올해도 선박 발주량과 수주량이 견조할 것이란 점은 공감하는 가운데 해외 후판 제조업체들의 덤핑 수출과 글로벌 원자재 시황이 협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