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체들의 주요 철스크랩 수입국 중 하나인 미국의 철스크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철강업계는 탈탄소화를 위해 전기아크로 설비 용량 확대와 함께 철스크랩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에 철스크랩 수출 규제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철스크랩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까지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원자재 확보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철강업계에서 미국의 관련 규제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미국 철스크랩 수요 4,680만 톤, 향후 연간 875만 톤씩 증가 예상미국 철강기업, 탄소저감 위한 전기로 생산방식 확대
미국 철강기업들이 철강 원재료인 철스크랩 확보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S&P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철스크랩 수요는 4,680만 톤이었으며 향후 연간 875만 톤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철스크랩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이유는 철스크랩을 활용한 철강 생산공정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철강업계는 지속적으로 전기아크로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US Steel의 전기아크로 설비.철강 생산방식은 일반적으로 고로나 전기로를 활용한다. 고로를 활용한 철강 생산방식은 철광석, 석회석 등을 녹이기 위해 1,500℃의 고온이 사용된다.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열은 주로 석탄인 화석 연료에서 나오는데 이 때문에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보통 1톤의 철강을 생산할 때 1.85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미국의 철강 생산량은 산업 호황으로 지난 1년간 20% 가량이 증가했으며, 2024년까지 미국 철강 생산량은 연간 1,000만 톤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 생산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미국 철강업계는 탄소저감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철강 원재료로 철광석이나 석회석 대신 철스크랩 사용 확대를 택했다. 철스크랩은 앞서 언급한 고로가 아닌 전기로에서도 녹일 수 있으며 석탄 가열 용광로인 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일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철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미국은 2002년 전기로 생산공정을 전체 생산공정의 절반 수준에서 2020년 70%까지 확대했다. 전기로 도입이 확대되면서 전기로 생산공정의 주원료인 철스크랩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됐다.
미국 철강기업의 전기로 확장 사업은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주요 철강기업 US Steel은 최근 인수한 전기로 철강기업 Big River Steel의 전기로 설비 용량을 기존 160만 톤에서 330만 톤으로 2배 이상 증가시킬 계획이다. 미국 철강의 25%를 생산하는 철강기업 Nucor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지역에 2024년까지 전기로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Steel Dynamics, CMC, North Star Bluescope 등도 전기로 확장에 돌입했다.
다만, 철강기업 입장에서 전기로 생산방식이 탄소 감축에 효과적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모든 생산방식을 전기로로 바꿀 순 없다. 고로와 전기로는 각각 최종적으로 제작하는 철강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로 생산방식은 주로 자동차 강판, 선박 후판 및 열연, 냉연 등 판재류를 생산하고 전기로 생산방식은 봉형 강류, 철근 등을 생산한다.
美 전기로 용량 확장 90%가 판재류 생산에 집중, 프라임 스크랩 수요 급증 예상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진행되는 미국의 전기로 생산 용량 확장의 90%가 강판과 같은 평판제품 생산에 집중된다. 평판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등급의 프라임 스크랩(Price Scrap)이 필요하다. 즉, 향후 철스크랩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이 프라임 스크랩일 것으로 분석된다.
S&P의 추정에 따르면, 2023년에 미국의 전기로 용량 확장이 완성되면 연간 최대 370만 톤의 프라임 스크랩 수요가 추가 발생할 것이라 한다. 고철을 파쇄해 잘게 조각낸 파쇄 스크랩(Shredded Scrap) 수요도 연간 290만 톤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철강업계가 탈탄소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철스크랩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철스크랩 수거 모습.향후 철스크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컨설팅기업 World Steel Dynamics에 따르면, 최근 철스크랩의 평균 현물가격이 2020년 말보다 26%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프라임 스크랩 가격은 톤당 540달러로 34%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철강기업은 철스크랩 구매비용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철스크랩 기업 인수를 택했다. 실제로 뉴코어와 SDI 등 주요 기업들은 철스크랩 기업을 대거 인수했다.
국제 철스크랩 수요 급증, 미국 내 철스크랩 수출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 모니터링 필요
미국의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미국 제철소가 전기로 생산 용량을 확대하고 있어 철스크랩 중에 특히 프라임 스크랩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철강기업들이 앞 다퉈 철스크랩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폭증하는 철스크랩 수요에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철스크랩 수출 제한까지 나서고 있어 철스크랩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웃돈을 줘야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철스크랩 자급률은 85% 수준으로 부족한 물량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수입 중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요 철스크랩 수입국인 일본의 최대 고로업체 일본제철은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제로 전환을 준비 중이며, 러시아 정부는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4배 이상 올리면서 철스크랩 해외 반출을 제지하고 있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 중국도 전기로 생산 비중을 현재 10%대에서 2030년까지 34%까지 확대할 계획이라 지속적으로 철스크랩 수입을 늘리는 추세다.
아직 미국의 철스크랩 수출제한은 없으나 폭증하는 철스크랩 수요로 미국 철강기업을 중심으로 철스크랩 수출 규제를 건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국가에서 철스크랩 물량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철스크랩 최대 수입국인 미국까지 수출 통제에 나선다면 철강업계에 타격이 올 수 있어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