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가 철근 기준 가격 인상 등을 둘러싼 성명과 시위를 통해 전기로 제강업계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원자잿값 급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트 푸시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인상을 전기로 제강사의 원가 절감만으로 흡수하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건자회 주장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 봤다.
■건자회, 분기 기준價 준수... 인건비·부자재價 전가 말라
건자회는 전기로 제강업계에 △일방적인 철근 가격 인상 철회 △인위적 감산을 통한 시장 교란 행위 중단 △이원화된 철근 가격체제 일원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건자회는 앞서 1월 21일 철근 기준 가격 인상과 관련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2월 25일에는 현대제철 양재동 사옥 앞에서 철근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건자회는 성명서에서 “제강사는 유통가 상승의 사유를 들어 ‘분기 기준가’ 외에 합의하지 않은 ‘유통향 판매가’를 발표하여 살인적인 원가 부담을 건설업계에 전가하는 것도 모자라, 인건비·부자재 가격 상승 등의 사유를 들어 일방적·기습적으로 건설업계와의 합의 없이 ‘분기 기준가’의 인상을 강행하려는 제강사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건자회 측은 특히 건설사와 제강사 간 합의를 통해 마련했던 철스크랩 가격 연동 분기별 철근 기준가격 고시체제를 깼다며 현대제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위적 감산 아닌, 자연스러운 수요 추종
하지만, 전기로 제강업계가 인위적 감산을 통한 시장 교란으로 철근 가격을 올렸다는 건자회의 지적은 전체 맥락을 짚지 않은 일방적인 비난으로 보인다.
2020년 국산 철근 내수 판매는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1,000만톤을 밑돈 바 있다. 앞서 2019년 국산 철근 판매량은 983만톤 수준으로 2014년 906만톤 이후 5년 만에 1,000만톤을 밑돌았다. 실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철근 내수 판매는 모두 12개월 중 10개월을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에 머무는 수요 감소 상황을 뚜렷이 나타냈다.
이처럼 철근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내 제강사들은 탄력적인 생산으로 수요에 대응하는 최적 생산 및 최적 판매 체제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에 일어난 철근 수급난은 사실 2019년과 2020년 철근 수요 감소가 원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저효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국산 철근 내수 판매량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1천만톤을 넘어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제강사의 최적 생산 및 최적 판매 방침과 맞물려 잠시 철근 수급난이 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철근 총수입도 94만6천톤으로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주요 수입국에서 크게 증가하면서 2020년 대비 99.2%나 증가했다.
이처럼 내수 판매와 수입이 늘면서 지난해 국내 철근 시장은 2020년의 코로나19 기저효과를 완전히 극복하고 한때 수급난을 보일 만큼 강력한 수요 회복 기조를 나타낸 셈이다.
이에 따라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최적 생산 및 최적 판매 체제에 돌입했던 국내 제강사들은 정부와 건설업계의 요청에 따라 최대 생산과 최대 판매로 전환하면서 철근 수급난 완화에 적극 노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