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내 철강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풍력산업이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풍력산업은 저탄소경제 시대의 핵심산업으로 손 꼽히면서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다 고부가가치 철강재 수요가 높은 대표적인 수요산업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대만의 풍력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어 해당 시장 진출을 위한 세심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정부, 2025년까지 풍력 발전용량 6,938MW, 2026~2035년 해상풍력 15GW 개발
대만 정부는 ‘2025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목표 아래 2025년까지 풍력발전 설비용량, 발전량을 각각 6,938MW, 235억 kWh까지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육상풍력보다는 해상풍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5년 기준 대만이 목표로 하는 해상풍력의 설비용량·발전량 비중은 전체 풍력발전의 80%를 넘는다. 2021년 기준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실적은 목표보다 현격히 낮은 수준이어서 남은 기간 동안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부터는 2035년까지 10년 간 총 15GW 규모의 해상풍력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2026년부터 2년 간격으로 3GW씩 계통연계 예정으로 2022년 3분기 경부터 개발업체 선정에 들어간다.
2021년 해상풍력발전 기자재 수입 21억 달러 돌파, 한국산 수입 전년比 145% 급증
2021년 대만의 풍력발전산업 규모는 400억 대만달러(한화 약 1조7,400억원)를 돌파했다. 2020년 대비 해외 시장 수요는 둔화됐으나 대만의 해상풍력 시장 확대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에는 전체적으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 산업 규모가 360억 대만달러대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 풍력발전 시장은 해상풍력에 집중돼 있고, 이 분야는 자급률이 충분하지 않아 대외 의존도가 높은 단계이다. 대만은 시범단지 개발사업을 일단락 짓고 외국 개발업체가 주도하는 선정 방식 개발사업을 본격화한 만큼 2019년 들어 해상풍력발전 관련 제품 수입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0년에 15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21년에는 21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가별 수입 규모는 독일, 한국, 덴마크, 중국, 일본 순으로, 이 다섯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5개국 가운데 특히 한국, 덴마크로부터 수입이 크게 늘었다.
한국산 주요 수입품목은 ▲풍력 타워 ▲해저 케이블 ▲모노파일과 트랜지션 피스 등이다. 2021년 기준 상위 3개 품목(①나셀+허브 세트 ②계통연계 제어기 ③모노파일과 트랜지션 피스)이 전체 수입의 67%를 차지했다.
대만의 한국산 풍력기자재 수입은 2020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해 2021년에는 전년 대비 약 145% 증가했다. 품목별로 풍력 타워, 해저 케이블, 모노파일과 트랜지션 피스가 전체 수입의 98%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풍력 타워가 전체의 45%를 차지하며, 2021년 수입은 전년 대비 245% 급증했다. 블레이드·허브, 고저속 전동축의 경우, 전체 대비 비율은 낮으나 전년 대비 수입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해상풍력발전 관련 對한국 수입 동향(단위 천 달러). (출처=대만 재정부)국내 철강업계가 노릴 수 있는 품목으로는 세아제강 등이 생산하는 모노파일, 풍력타워 구조물용 주강품, 선재 가공업계의 고강도 파스너, 특수강업계의 풍력터빈 및 기어박스용 특수강, 풍력부품용 특수강선재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기업들은 풍력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대만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다만 대만의 공공사업에서 국내기업보다 외국기업이 참여하는 지분이 클 경우 현지 업계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데, 실제로 해상풍력 개발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외국기업의 수주가 많아지자 실질적으로 외국기업만 살찌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현지 업체 및 관련 기관·단체들과의 교류·협력 증진을 통한 상생발전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2021년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규모 6.1GW, 2025년까지 65GW 수준 신규 설치강관·특수강·선재 및 가공·주강업계의 신성장동력 확보 기대, 관련 제품 개발 등 추진
한편 대만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해상풍력시장은 국내 철가업계에 새로운 판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규모는 전체 6.1GW 수준이지만, 2025년까지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65GW 수준의 해상풍력발전설비가 신규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발전설비 관련 수요가 많은 강관업계와 특수강 및 선재업계, 선재 가공업계와 주강품업계 등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세아베스틸 등 특수강업계가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상풍력향 특수강 제품은 터빈의 기어박스 및 볼트, 너트 등 체결부품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특히, 기어박스는 해상풍력 발전기의 핵심부품으로 프로펠러의 회전 속도를 전기 생산이 가능한 속도로 변환해 모터에 전달하고, 터빈의 하중을 지지하는 등 고도의 청정성과 내구성을 갖춘 특수강 소재가 사용돼야 한다.
해상풍력 발전기 부품소재로 사용되는 세아베스틸의 특수강봉강 제품. (사진=세아베스틸)실제로, 기어박스 특수강 소재는 정부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철강사들조차도 현재까지 국산화를 이루지 못한 특수강 소재이다.
세아베스틸은 지난 2011년부터 지멘스(SIMENS)에 풍력터빈용 기어박스의 특수강 소재를 공급해 왔으며, 2018년 핀란드 풍력발전 기어박스 회사와 협업해 작년부터 GE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등 해상풍력 특수강 소재 레퍼런스를 착실히 쌓아왔다.
지난해에는 대만 최대 해상풍력 전문 파스너업체 등으로부터 해상풍력 발전기에 사용되는 파스너(볼트, 너트) 제품의 특수강 소재 약 5,000톤을 수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