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원자재 가격 강세 속에 슈퍼 사이클로 이어졌던 철강재 가격 인상이 일부 품목에서 주춤한 모양새다.
특히, 세계적 공급 이슈 속에 철강재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철스크랩 가격이 최근 급등을 멈추고 하락한 데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에 영향을 받은 철광석 가격도 하락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뒷받침했던 철강재 가격의 강세가 한층 옅어진 상황이다.
품목별로 열간압연강판 유통 가격은 4월 톤당 140만원대 진입 이후 줄곧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통 수요가들이 예년에 비해서도 높아진 가격대에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대형 유통사들은 판매 가격(호가)을 톤당 140만원에 유지하면서도 수요 둔화로 인해 실제 거래는 톤당 130만원 초중반대 수준(수입 대응재 기준)에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성수기인 5월과 6월에 인상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수입재 가격 약세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
후판도 유통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열연강판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4월 톤당 140만원 진입 이후 4월 중하순부터 최근까지 소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냉연판재류 업계는 건설 연관업체를 비롯한 실수요 업체들의 제품 매입 감소로 원가 인상분 반영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냉연판재류 유통가격은 지난 2월부터 가격 인상이 이어졌지만 실수요업체들의 일감 부족에 따른 판매 둔화로 인해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고가에 형성된 제품 가격으로 인해 일부 연관수요업체들이 소재 매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연관업체들의 경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규모 공사현장의 시공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컬러강판(착색아연도금강판) 업체들도 내수 판매 부진과 중국 수출 오퍼(Offer) 하향 조정 등으로 6월에는 보합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컬러강판업체들은 올해 2월과 4월에 톤당 각각 7만원과 10만원 인상안을 추진했다. 최근 5월에는 톤당 8만원 추가 인상까지 이어지면서 연초 대비 약 25만원이 인상된 셈이다. 세 차례 가격 인상이 단행되면서 수요가들 사이에서는 인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스테인리스(STS) 유통업계는 6월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가 6월 300계 출하 가격을 톤당 10만원 인상한다고 통보함에 따라 바로 시장 적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STS 수요가들은 국산 가격이 톤당 500만원대 수준에 임박함에 따라 원재료 구매에 소극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4월부터 높은 가격대를 이유로 구매를 최소화했다.
구조관 업계는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제품 판매 악화로 인해 열연 소재 매입을 줄이고 있다. 중국산 열연 오퍼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산 제품보다 수입재 매입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구조관 흑관 2mm 기준 톤당 130만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포스코는 5월 열연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구조관 업계는 제품 판매 악화에 가격 인상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조관 업계는 중국 오퍼가격 하락에 수입재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노동절 이후 열연 오퍼 가격은 톤당 800달러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마지막 주 톤당 800달러 중후반대에 형성됐던 오퍼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이다.
한편, 지난 1월과 2월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적자 판매가 불가피했던 구조관 업계는 소재 가격 인상분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 이어 3월부터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돌입했던 강관업계는 4월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회복한 데 이어 5월 제품 판매량 확보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스크랩 가격 급등 속에 5월 톤당 6만2,000원을 인상한 철근과 4월까지 인상을 이어갔던 형강 가격 역시 유통가격 반영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톤당 120만원 수준까지 올랐던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118만~119만원 수준으로 다시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톤당 143만원 수준까지 상승했던 H형강 가격 역시 톤당 141만원 수준으로 약간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철스크랩 가격이 최근 약보합세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철근과 형강 가격을 지탱했던 원재료 가격의 강세가 다소 옅어진 모양새다. 다만, 급격한 하락세로 물량이 일거에 소거되면서 물동량 감소와 함께 국내 철스크랩 가격이 6월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원료 가격이 급등하자 세아베스틸 등 특수강업체들은 4월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여 탄소강과 합금강 전 강종에 대해 톤당 5만~60만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탄소강은 5만~25만원, 합금강은 최대 60만원까지 인상했다.
이 밖에 선재업체들은 1분기부터 4월까지 기준가격을 전년도 4분기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 원부재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수요가 증가해 5월 1일부로 품목별로 5~10%가량 출하 가격을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