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국내 철강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완연한 회복세와 실적 호조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 역시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 속에 철강 업계의 호실적이 이어진 바 있다. 또한, 중국의 증치세 환급 폐지와 글로벌 철강재 공급 부족 등에 힘입어 철강재의 가격 강세가 이어졌던 상반기였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철강산업 실적이 코로나 팬데믹 기저효과 속에 장밋빛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 하반기는 대폭의 실적 개선 잔치가 끝나고 예년 수준으로의 회귀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고 있고, 유럽 등 곳곳에서 에너지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하반기 철강업계의 실적에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중심 생산 증가세 ‘전망’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완연히 회복한 국내 철강업계에 올해 상반기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제품 가격 상승, 수요 증가가 함께했던 행복한 한때였다.
철광석과 철스크랩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국내 철강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대부분 개선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더불어 중국의 증치세 환급 폐지와 중국 내수 가격 상승으로 중국발 철강재 공급 과잉 완화도 이어졌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음했던 세계 및 국내 경제도 완연한 회복에 접어들면서 코로나로 저조했던 철강재 수요도 예년 상태를 회복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에 우려가 가중된 점은 철강 시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대란 속에 유럽의 상황이 악화된 점과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재확산 등은 올해 하반기 철강 수급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올해 철강 수급 지표는 긍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올해 1~4월 생산과 내수 및 수출 판매, 수입재 점유율 등을 기초로 올해 전체 실적을 추정한 결과 국내 철강재 생산과 내수 판매는 대부분 품목에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수입 제품 역시 전체적으로는 감소가 예상됐다. 반면 수출은 7%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품목별로는 열연, 용융아연도금강판(GI)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생산이 올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증가 폭은 1.8%였다. 특히, 내수 판매는 전체 증가 폭이 전년 대비 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내수 감소 품목은 열연과, GI, 컬러강판, 석도강판, 강관, 철근과 H형강 등 전체 14개 품목 중 절반인 7개 품목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전체적으로 6.7%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열연과 후판, 석도강판, 스테인리스(STS)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철근, H형강, 특수강 봉강, 선재 등 9개 품목에서 감소가 점쳐졌다.
한편, 수입은 전체 품목에 걸쳐 5.7%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열연과 후판, 석도강판, 강관, 철근, H형강 등 6개 품목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수입 감소 품목이 9개에 달하면서 수입재 점유율은 전년 대비 2.3%포인트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수입재 점유율이 늘어나는 품목은 6개, 감소가 예상되는 품목은 8였다.
■세계 철강 수요 0.4% 증가... 불확실성 확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철강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세계 철강 수요는 0.4% 증가가 예상됐다. 2023년 수요는 2.2%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철강협회(WSA)가 4월 말 발표한 ‘2022년~2023년 단기 세계 철강 시장 전망(SR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철강 수요는 2021년 2.7% 증가한 뒤 2022년 0.4% 성장해 18억4,02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23년에는
철강 수요가 2.2% 더 늘어 18억8,14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번 예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배경으로 이뤄져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역 규모와 이에 따른 경제 및 금융 정책에 따라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생산 시설의 파괴 등 즉각적이고도 파괴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무역 제재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으면서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EU에도 큰 영향이 있다.
전쟁 이전에도 세계 철강산업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붕괴로 어려움이 많았고, 전쟁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높아진 불확실성도 투자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중국의 저성장과 함께 2022년 세계 철강 수요에 대한 성장 기대치를 감소시켰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은 세계 철강산업에 중요한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무역 흐름의 재조정 가능성, 에너지 무역의 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영향, 그리고 세계 공급망의 지속적인 재구성 등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 철강 수요는 정부의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로 2021년 큰 폭으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 활성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에 힘쓰면서 2022년 철강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본격화하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2023년 중국 철강 수요는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산발적인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봉쇄 조치와 제조업 부문의 공급망 붕괴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는 유럽(EU)과 미국을 중심으로 철강 수요가 강하게 회복됐다. 다만 2022년 전망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약화됐고,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악화됐다.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와 난민 유입에 대한 우려로 EU 경제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철강 수요는 2021년에 16.5% 회복한 후,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1.1%, 2.4% 증가가 예상됐다.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의 지속적인 영향을 받은 데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어려운 재정 상황으로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기도 어렵다. 개발도상국 철강 수요는 2020년 7.7% 감소한 후 2021년에는 당초 전망치보다 약간 낮은 10.7% 증가를 나타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대외환경 악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통화 긴축 등 악재가 지속되면서 2022년 0.5%, 2023년 4.5%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조강 생산, 1분기 1,689만톤 전년比 4.0%↓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줄어들면서 국내 조강 생산량도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걸까. 올해 1분기 국내 조강 생산량이 전년과 전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다만, 3월 생산량은 전통적으로 조강 생산량이 줄어드는 2월 영향으로 전월 대비로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국내 조강 생산은 1,689만톤으로 지난해 1분기의 1,759만톤 대비 4.0%가 줄었다. 올해 3월 조강 생산량인 568만톤은 전월인 2월 대비로는 10.4%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6.3% 감소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보통강 전로강 조강 생산은 1,106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가 줄었고, 특수강 전로강 조강 생산은 35만톤으로 0.2%가 증가했다. 이에 전로강 전체 조강 생산은 1,142만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가 감소했다.
2022년 1~3월 전기로강 보통강 조강 생산은 385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가 증가했으나, 전기로강 특수강 조강 생산은 162만톤으로 전년 1분기 대비 4.8% 감소했다. 전기로강 전체 생산도 547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결과적으로 2022년 1분기 전체 조강 생산량은 1,689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 감소했다.
이 밖에 2022년 3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전월 대비로는 대부분 증가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감소세가 확연했다. 전월 대비로는 전로강 특수강 조강 생산이 8.4% 줄었을 뿐, 전기로강 보통강 생산이 34.1%로 늘어나는 등 나머지 조강 생산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조강 생산량은 전로와 전기로, 보통강과 특수강을 막론하고 모두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6.3%의 감소를 기록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중국의 증치세 폐지 및 감산 등으로 중국 철강재의 국내 시장 잠식도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코로나 팬데믹 기저효과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조강 생산량이 빠른 회복세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 지난해 전체 조강 생산량은 7,041만8천톤으로 2020년의 6,707만8천톤 대비 5.0%가 증가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생산을 멈췄던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회복하면서 자동차산업이 주요 수요산업인 특수강 부문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전로와 전기로를 불문하고 두 자릿수의 큰 폭 증가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해 건설과 조선 등 전반적인 철강재 수요업계의 업황도 개선된 데다 정부의 철강재 수급난 완화 요청으로 철강업계가 최대 생산 및 최대 판매를 진행하면서 지난해는 전반적으로 조강 생산량 증가세가 확연했다.
이처럼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에 크게 증가했던 국내 조강 생산량인 만큼 올해 전체 기조는 지난해와 달리 보합이나 소폭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