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열간압연강판 시장은 1분기와 2분기 시황이 크게 엇갈렸다. 1분기의 경우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료 가격 강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원자재 물가 급등, 글로벌 철강재 수입 가격 강세로 국산 출하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됐다.
시장 및 월별로 유통용은 1월 톤당 5만원, 2월 동결, 3월 톤당 5만원 수준이 인상된 가운데 실수요용은 1월 톤당 5만~8만원, 2월 동결, 3월 톤당 5만원 수준이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열연 스틸서비스센터(SSC)등 대형 유통사들은 3월까지 판매 가격을 적극 인상했다. 특히 3월 중순까진 수입대응재 판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인 톤당 130만원에 진입했음에도 재고 부족이 나타날 정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이는 수요가들이 글로벌 물가 급등과 철강 공급 부족 우려로 재고를 조기 확보하려는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만 2분기를 시작한 4월부터 국내 열연강판 시장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됐다. 4월 수입대응재 유통점 판매 가격이 톤당 140만원에 이르자 수요가들이 시장 관망세로 돌아서고 최소한의 구매만 진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때 마침 중국 제조업계가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5월~6월 초순장에서도 가격 약세 및 판매 부진이 지속됐다. 이에 2분기부터 제조사와 유통업계는 가격 동결 및 인하에 나서야 했다.
- 내수 <2~3분기 시황 악화에 판매량 부진 예상>
올해 하반기 내수 시장은 2분기 암울한 시장 분위기를 이어받고 출발하게 됐다. 특히 중국산 오퍼 가격대가 국산 판매 가격에 비해 눈에 띄는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국산재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열연강판 수출 업체는 7월 선적 오퍼 가격으로 톤당 800달러 초반대 수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하반기를 시작하는 7월, 수입재 원가가 톤당 110만원 초반대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5월 하순~6월 초순 국산 열연강판 수입대응재 유통 가격이 톤당 120만원 후반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수입 확대 및 국산 가격 인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인용해 올해 국산 열연광폭강대 내수 판매 전망치를 763만4천톤 수준(일반강 기준)으로 전망했다. 전년 777만4천톤보다 14만톤,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는 최고 성수기인 여름철 수요 부진과 가격 약세로 인해 하반기에 긍정적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내수 규모가 근래 최고 수준인 2020년~2021년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은 유지되리라 전망했다.
하반기에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평화 협정 및 재건 시작, 그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비용 감소, 지방선거 이후 순차대로 이뤄질 사회간접자본(SOC) 예상 집행, 국내 건설·토목 경기 회복, 중국 당국의 자국산 수출세 부과 등이 있다.
다만 변수 하나하나의 실제 발생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대로 중국산 및 일본산 수입 지속 증가, 원재료 수입 가격 및 에너지 비용 강세 등은 현재 진행되고 악재로 하반기에 상황 반전이 요구된다.
- 생산 <고로 개수 및 운영 중단 여파 불가피>
국산 열연강판 생산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와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된 내수 부진으로 감소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장기간 고로 개수가 진행되어 설비 운영 측면에서도 생산량이 유지되기 힘들어 보인다.
본지는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인용하여 올해 열연광폭강대 생산량이 3,169만톤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생산량 3,227만톤 대비 58만톤,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하순, 포항 1고로가 중풍식(고로 고온 공기 투입 중지)을 치르며 완전한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올해의 경우 3월부터 광양 4고로가 3개월간의 개수 작업에 들어 간 바 있다.
게다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3월~5월 열연설비 정기 보수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전체 생산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8~9%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10월~11월 가을에 열연 생산 설비가 집중 보수될 예정이다.
이처럼 설비 일정이 빡빡한 가운데 판매 둔화와 수입 증가, 제조원가 부담 지속 등으로 하반기에 생산량이 급증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 수출입 <中·日 低價 수출 러시...국산 경쟁력 확보 필요>
신년 특집에서 본지는 수출 회복과 수입 증가를 예상한 바 있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수출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수입 증가 전망은 맞아떨어졌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4월 국산 열연광폭강대 수출은 81만1천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국내 HR 제조업계가 지난해부터 원료 가격 강세와 글로벌 철강 가격 급등으로 내수 공급에 더 치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올해 1분기 국내 시황 호조로 수출 비중은 더욱 줄어들었다.
반면 올해 1~4월 수입은 95만4천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급증했다. 이 중 일본산 수입이 56만6천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2% 급증했다. 전체 수입의 59.4%를 차지했다. 일본산 열연강판이 유통 시장에 흘러들어오는 양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냉간압연강판사 및 강관 제조사, 기타 실수요 업계가 직접 수입한 양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간으로 넓혀 살펴봐도 일본산 수입은 증가세가 유력하다. 일본 철강업계가 과잉재고로 일부 설비 운영 재개 일정을 미루고 수출에 집중하는 등 지속적인 한국행 수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산도 지난해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른 평년에 비해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4월 중국산 수입은 28만5천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급감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중국 HR 제조업계의 공식 오퍼 중단(올해 1분기 선적분)과 지난해 4월 수입량이 17만6천톤에 달해 객관적 비교가 어렵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공식 오퍼 재개 이후 가격 흐름이다. 올해 들어 올림픽 및 동절기 감산 명령이 완화되어 현지 열연설비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 장기화 우려와 현지 제조업 부진으로 2분기부터 가격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수출 가격 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선물 가격이 하락한 뒤, 한국 등 아시아지역 수출 가격도 뒤이어 인하되는 연쇄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중국 및 글로벌 경기를 감안해 3분기까지 중국 철강 수출 가격 약세가 지속되리라 내다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본지는 올해 열연강판 총수입이 286만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34만톤, 11.8% 증가하리라 내다보고 있다.
국산 수출은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들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는 빡빡한 국내 수급으로 인해 수출용 생산 비중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에서는 수출 부서가 확보한 물량을 내수 영업부서에 양보한 사례도 빈번했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반기의 경우 국내 수급 상황이 수요 일부 둔화와 공급 개선으로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산 수출재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1~4월 국산 열연광폭강대 수출 단가는 톤당 902.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 급등했다. 이는 열연강판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 인도산 물량보다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 높은 원료 투입 가격과 장기적 원료탄 가격 강세로 향후 국내 HR 제조업계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에 본지는 올해 국산 열연광폭강대 수출이 348만톤 수준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리라 예상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수급 자료를 통해 올해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는 상반기와 다른 하반기 경영 환경 및 글로벌 시장 변화로 연간 수출 실적이 1분기보다 개선되리라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