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관업계가 하반기 제품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외 철강사의 6월 제품 가격 동결에 이어 여름철 비수기에 따른 소재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수출 상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강관 제조업계는 글로벌 철강 가격 상승에 힘입어 북미 수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철강 쿼터제로 인한 수출 물량의 감소에도 글로벌 철강 가격 상승에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이러한 수출 회복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 유전 시추 및 개발 사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고유가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찬밥 신세였던 유전 사업에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회복세로 에너지 수요가 치솟은 덕분이다. 거기다 최근 전쟁으로 수급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내수 판매에서는 1월과 2월 다수의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매입했던 소재 재고를 처분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수출 증치세 폐지에 이어 지난해 9월 수출세 부과설까지 나오면서 소재 매입에 열을 올렸다.지난해 9월 수출세 부과설에 대비하기 위해 다수의 구조관 업체들은 본계강철, 포두강철, 일조강철 등 중국 철강사의 제품 매입과 함께 안펑 등 2급 철강사의 제품까지 매입해 재고를 늘려왔다. 여기에 중국 철강협회의 기초 소재에 대한 수출 억제 권고에 수입 물량 감소를 예상해 구조관 업계는 소재 매입을 늘려왔던 것이다.이어 3월부터 포스코는 광양 4고로 개수공사에 돌입했다. 이에 포스코는 공급 축소를 해소하고자 수출 물량 축소와 기존 재고를 바탕으로 국내 수요가에 대한 공급 차질을 최소화시킬 방침이다. 중국은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감산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올해 상반기는 중국의 철강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회복되며 이로 인한 원료 가격 상승은 강관 가격을 지지했다.
■ 에너지용강관 제조, 하반기 美 수출 집중최근 에너지용강관 제조업계가 미국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유정용강관(OCTG)를 비롯한 송유관의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에너지 기술 기업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내 석유 시추장 수는 올해 들어 20% 늘어났다. 지난 1년 기준으론 60% 가까이 급증했다. 석유 시추 장비인 프래킹 장비 수량도 올들어 15% 증가했다. 미국 최대 유전 개발지역 중 한 곳인 퍼미안 분지 내 시추기 수의 경우 3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퍼미안 분지 시추기 수량은 미국 시추 활동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강관 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미국 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내 한국산 유정용강관 수입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 들어서도 단단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 상승에 따른 강관 수요 증가와 현지 열연가격 강세 등이 한국산 유정용강관 가격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전에 필요한 제품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강관업계는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에너지용강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공장 증설 설립을 택했다. 세아제강지주의 미국 자회사 SSUSA 제조법인 설립 후 미국 현지 수요 확보를 위한 국내 강관사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휴스틸은 미국 신규 투자로 미국 택사즈주 클리블랜드시의 신규 공장 설립 및 신규설비 도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지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휴스틸의 경우 당진공장의 조관 7호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향도 검토했으나 신규 설비 증설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휴스틸은 미국 시장에 적합한 외경 4인치 조관기를 증설해 에너지용강관 수요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이어 넥스틸은 미국 진출을 위한 설비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해 포항공장의 4인치 조관기 해체 작업에 돌입했고 지난해말 미국으로 조관설비를 이전했다.강관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해 미국 현지의 수요 확대에 에너지용강관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에너지용강관 수출 확대로 수익성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품 가격 버티기 돌입
강관 제조업계는 5월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나섰지만 제품별로 원가인상분 반영에 차이를 보였다.구조관 업체들의 5월 가격 인상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배관용강관 업계는 원가인상분 반영으로 수익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관용강관 업계는 세아제강을 비롯한 현대제철, 휴스틸, 금강공업은 5월 2일 출고분부터 제품 할인율 축소를 통해 가격 인상에 돌입한 바 있다. 백관 9%, 흑관 8% 제품 할인율을 축소했다. 이에 배관용강관 업계는 5월 2주부터 제품 가격 인상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배관용강관 업계는 지속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국내외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연가격의 폭등과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유가, 고환율로 제조원가 및 물류비용까지 급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품 재고도 부족하다보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구조관 업계는 5월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동아스틸을 비롯해 한진철관까지 5월 가격 인상을 시도했지만 고가에 형성된 제품 가격으로 인한 유통업계의 제품 매입 감소와 건설 연관업체들의 공사 지연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구조관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즉 마켓쉐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으로 인한 적자보다 매출감소로 인한 시장지배력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격이 상승할 때도 하락할 때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업체들로 인해 매번 인상 시기도 놓치고 인하시기는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배관용강관의 경우 세아제강을 비롯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한정적이다. 아울러 세아제강의 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 인상 적용이 구조관 업체에 비해 수월한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구조관 가격은 소폭 하락한 반면 배관용강관의 경우 가격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며 “하반기 소재 가격 변동에 따라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조관 업계, 물류기지 확보로 전국구 판매구조관 제조업계는 물류기지 확보를 통해 전국구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구조관 업계에 따르면 화물트럭 부족 현상의 근본원인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물동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지역의 물류센터의 일감이 늘어나면서 비교적 부피가 큰 철강 제품의 운송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구조관 업계는 수도권 중심의 판매 거점 구축에서 전국 판매망을 구축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제품 판매군을 다양화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제품을 대응한다는 게 구조관 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물류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제품 사이즈 주문을 원스톱(One Stop)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동아스틸은 지난해 세아제강 안산공장에 파이프 센터를 도입하고 물류 기능을 강화했다. 동아스틸의 파이프 센터는 먼저 월 5천톤 수준의 중소형 재고를 상시 준비하고 수도권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동아스틸 제품은 물론 다양한 구색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이 회사는 기존 각관 제품부터 원형관, 구조관 및 대형각관(250R~400R)을 포함해 아연도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물류부터 절단가공까지 고객 만족을 높이고 있다.
지리적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생기는 장점으로 물류체계의 융통성이 개선되는 점도 있다. 과거 광양공장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11~25톤의 대형트럭에 의존해 구매 고객들이 대형 물량을 구매했다. 하지만 파이프 센터 개설로 5톤 이하 차량을 통한 접근이 가능해 수시로 소량 물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유일·유화강관의 공주 사무소는 영호남권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여주공장을 비롯해 진천공장과 공주 사무소까지 지역 거점을 확보해 수도권 및 영호남 고객사에 적기적소의 제품을 공급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이어 양주 사무소는 경기도 북부 지역의 철강 유통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양주 사무소의 경우 일반 판재류부터 강관 전 제품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고객사의 만족을 높이고 있다. 양주 사무소는 재고 창고동과 사무동을 구축했고 각관부터 농원용강관을 비롯해 냉연판재류를 취급하고 있다.또 신규 광양 사무소를 통해 전라권 지역의 철강 유통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원용강관부터 각관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고객사의 만족을 높이겠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을 포함한 영호남 지역의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각 지역의 특색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한다”며 “신규 사무소를 통해 고객사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 극한 비용절감 통해 수익성 창출 박차구조관 뿐만 아니라 철강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은 제조설비와 설비를 운영 관리하는 생산관리가 중요하다. 구조관 산업의 경우 신규설비 투자에 대한 시기를 놓치고 기존 노후화된 설비에서도 생산성 향상은 수익성 확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특히 지속적으로 치열해지는 치킨게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존 설비를 얼마나 잘 운영하는가에 따라 결국 비용절감을 통해 적자를 줄이고 수익성을 더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1%의 제조원가를 줄이자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일례로 1,000억원의 매출이라면 매출의 1%의 제조 경쟁력을 갖춰 제조원가를 줄인다면 10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1% 제조절감은 구조관 업체 기준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구매경쟁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순 경쟁력 있게 소재를 매입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원자재를 합리적으로 구매 관리하는 것이 1%의 핵심이다. 철저한 생산계획과 구매관리로 적정재고를 유지하고 장기재고를 줄이고 적절한 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두 번째로 구조관 업계는 생산경쟁력을 확보해 제조원가를 절감에 나서야 한다. 최신 설비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기존 설비도 철저한 유지보수 관리로 비가동을 줄이고 생산계획을 합리적으로 수립해 1%의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일의 슬리팅도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와 코일의 폭주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조원가 1% 이상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구조관 제조에서도 롤 체인지를 어떻게 하고 생산계획을 어떻게 짜는지에 따라 1%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생산인력 한 두 사람에 좌지우지되어 주먹구구식으로 생산 일정이 바뀐다면 제품 원가가 증가하고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철저한 생산계획과 생산계획에 필요한 소재 구매 그리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설비의 사전 정비와 품질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어 “이러한 부분에서 1% 로스를 줄이고 1%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결국 1% 경쟁력 즉 숨은 수익을 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