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효과의 소멸과 자동차 생산 감소,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환경 규제, 국제 물류 대란에도 불구하고 기계와 중장비, 조선 등 주요 전방산업의 경기 호조가 지속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1분기 특수강봉강 판매가 증가했다.
당초 특수강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감소와 함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환경 규제 및 신흥국의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공급망 붕괴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자동차를 제외한 산업기계와 건설중장비 부문의 수요 호조가 지속되고, 건설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데다 조선업 경기 회복으로 관련 수요가 증가하면서 1분기 생산 및 판매가 증가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통화 긴축을 본격 시행하고 중국의 GDP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다 신흥국들의 경기 침체와 국제 물류 대란이 지속되면서 계절적 성수기인 2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는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조강 생산 감축을 발표하면서 수입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판매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도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1분기보다는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 탄소강과 합금강, STS 봉강 등은 국내외 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될 전망이며, 금형공구강은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 및 판매 증가와 함께 1분기에는 제품 출하가격도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세아베스틸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은 1월부터 사실상 전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는 철스크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데다 국내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원부재료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특수강업계의 제품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졌다.
다만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판매가격에 완전하게 반영하지는 못했고, 이로 인해 1분기 특수강 제조업체들의 이익 증가율은 다소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수요산업별로 살펴보면 기계와 중장비, 조선산업은 경기 호조가 지속됐지만 자동차산업과 금형산업은 생산이 감소하면서 특수강 수요도 감소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1분기에도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전년 대비 10%가량 생산 및 판매가 감소했고, 금형산업은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생산도 감소세를 보였다.
2분기에도 자동차와 금형산업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으나 2분기 말부터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하반기에는 자동차와 금형 관련 특수강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동향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분기 특수강봉강 생산은 79만3,550톤으로 전 분기 대비 1.0%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6.1%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66만4,302톤으로 전 분기 대비 14.9%,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 증가한 반면 수출은 10만7,393톤으로 전 분기 대비 14.8%,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8% 감소했다. 전체 출하는 77만1,695톤으로 전 분기 대비 9.6%, 전년 동기 대비로는 0.6% 증가했다.
1분기에는 지난해 4분기와 달리 반도체 수급난이 다소 완화되고, 산업기계와 중장비 등 전방산업의 경기 호조가 지속된 데다 건설 및 조선 부문의 수요도 증가세를 보였다.
게다가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1~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생산 규제를 실시하면서 수입재 또한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국내 업체들이 생산을 늘린 주요 원인이 됐다.
실제로 1분기 특수강봉강 수입은 12만3,389톤으로 전 분기 대비 4.1%,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37.3%나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23.3%이던 수입재 시장 점유율은 4분기에는 18.2%, 올해 1분기에는 15.7%까지 하락했다.
이와 같은 수입재 감소로 국내 공급 부족이 우려되자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늘렸으며, 국내 수요 호조로 내수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수출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일본은 기계 등 제조업 경기 호조가 지속되면서 수출이 증가했고, 중국은 자국 내 생산 규제로 인한 수급 부족 때문에 수출이 증가했다.
반면 아세안과 대만, 인도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된 데다 국제 해상 운임 급등으로 인해 물류 대란이 지속되면서 수출이 감소했다. 유럽은 에너지 대란이 지속되면서 산업 경기가 침체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수출이 감소했다.
2분기 수요 기대치 하회, 공급망 개선 및 수출지원책 필요
연초부터 여러 악재가 겹쳤음에도 특수강업계가 1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전방산업의 경기 호조가 절대적이었다.
계절적 성수기인 2분기에도 실적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기대치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우선 2분기에도 중국과 주요 신흥국들의 봉쇄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유럽은 에너지 대란과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또한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연준이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통화 긴축을 시행하면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외 여건 악화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주력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특수강 수요에도 다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주요 철강 공급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여파로 철강 수출을 하지 못해 세계 철강시장에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국내 특수강업계의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최대 수출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과 제로코로나를 위한 봉쇄조치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주력산업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다만 4월 이후에도 중국 등으로부터의 저가 수입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국내 특수강업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생산 및 판매가 1분기 대비 소폭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는 자동차와 주요국 경기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2분기 말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특수강업계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상반기 자동차 생산이 전년 대비 10%가량 감소한 만큼, 하반기에는 자동차 부문의 특수강 수요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과 신흥국들의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책을 본격화하면 수출 또한 상반기 대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강업계에서는 자동차산업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정부가 공급망의 조기 정상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중국의 봉쇄조치와 주요국의 통화 긴축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 한편, 수출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