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제조업계와 조선업계 간 하반기 협상이 시작됐다. 조선업계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성으로 보이는 대형 계약건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협상은 조선소의 입김이 이전 협상 때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7일, 유럽․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LNG운반선 10척을 약 2조9천억원에 수주했다고 공개했다. 앞서서도 한국조선해양은 LNG선 3척을 약 1조원에 수주한 바 있고, 삼성중공업도 하루 동안 LNG선 14척, 약 3조9천억원을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들 수주는 대부분 카타르 LNG 프로젝트에 투입될 선박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정부와 현지 국영 에너지기업, 해운사들은 국내 조선소에 약 100척 이상의 LNG선 슬롯 확보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중국 조선소 배정물량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에 발주할 물량이 쏟아지는 호조세다.
다만 조선업계는 선박의 최종 인도 이후 최종 대금을 결제받기 때문에 당장 경영사정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 협상에서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조선업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성과를 홍보하던 7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비상경영체제(협력사 노조 파업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를 선언하는 등 조선업계는 업황 개선이 멀었다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후판 업계 입장에서는 하반기 협상에서 최소한 가격 동결을 원하고 있다. 주원료 외에 전기료, 에너지 비용, 철강사 수익성 악화 등 기타 비용 상승 요소들을 반영해야 하고, 이전 조선업 업황 최악의 시기에 적자 수준으로 후판을 공급한 내역도 반영해야 한단 입장이다.
협상장 밖에서는 하반기 협상에서 후판 업계가 한발 물러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상반기 가격 인상 반영의 주원인이었던 원료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고,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걸쳐 조선용 후판 가격이 3차례 연속 인상된 점은 이번 협상에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하반기 협상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수입재 가격과 선가 상승세 지속 여부, LNG선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 추이 등이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은 6년 만에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국내 조선용 후판 수요는 근래 들어 가장 넉넉한 편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