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공급망 불안으로 부진했던 자동차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해 대규모 기금을 편성하는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국의 철강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미중 갈등 악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주택시장의 불안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둘째 주 상하이와 톈진의 판재류 가격은 톤당 10~70위안 상승했고, 봉형강류 가격은 톤당 10~90위안 상승했다. 다만 상하이의 H형강과 채널, I형강은 변동이 없었고, 상하이의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은 30위안, 20위안 하락했으며, 톈진의 아연도금강판은 70위안 하락했다.
현재 중국은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건설 투자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반기 반도체 수급난으로 둔화됐던 자동차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철강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3분기 이후 중국의 자동차산업 생산이 회복되면서 관련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신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9.7% 증가한 242만 대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 소비촉진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동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3분기에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금 5,000억 위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와 같이 자동차산업 경기가 회복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시행되면 판재와 봉형강류 수요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국 철강시장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미중 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주택 부문의 경기 부진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경영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화되는 것도 실물경제에 악재가 되고 있다.
실제로 현지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공급 과잉에 따라 정부의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철강 수요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의 경기 회복과 함께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 속에 부동산 부문의 부진과 미중 갈등을 비롯한 대외 악재도 지속되고 있어 중국의 철강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철강시장은 몬순시즌 비수기로 건설 투자가 감소했고, 주요 수출국 경기도 부진한 상황이지만 제조업 경기 호조와 함께 성수기를 앞두고 수요가들과 유통업체들의 구매 확대로 가격이 소폭 반등했다. 다만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은 9월까지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는 데다 해외 수요도 부진하기 때문에 철강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비수기로 건설 투자가 부진하고,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 경기 호조로 인해 철강 가격이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아시아 국가들의 계절적 비수기 등 대외 악재 지속으로 인해 일본의 철강 가격은 당분간 약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물류 대란에 따른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인해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미국은 에너지산업의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정부의 인프라 투자도 확대되고 있으나 제조업 경기 부진과 함께 주요 철강업체들의 신규 공장 가동으로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당분간 철강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은 에너지 대란이 지속되면서 제조업 경기 침체로 판재 가격은 하락했으나, 주택 부문의 투자 증가와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 부문 수요가 늘면서 봉형강류 가격은 상승했다. 유럽철강협회에 따르면 3분기 자동차와 건설 부문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며, 철강 가격 또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