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부터 미국의 철강업체들이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하여 공급 물량이 확대된 탓에 미국의 판재류 가격 약세가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철강시장에서는 2023년 선적되는 판재 물량에 대해 제강사들과 수요가 및 유통업체들 간의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다. 수요가들과 유통업계에서는 공급 과잉을 이유로 제강사들이 오퍼 가격을 낮출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판재류 유통가공업체들은 3~4%가량 할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5%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할인은 대부분 미국 판재 시장의 공급 과잉 때문이며, 일반적으로 0~2% 범위에서 할인이 진행되던 예년과 달리 할인 폭이 커지고 있다.
올해 제조업과 에너지산업의 호조,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도 높은 인플레이션과 물류대란, 공급망 불안에 따른 자동차산업 부진으로 판재 수요가 약세를 보이면서 철강업체들의 리드 타임은 짧은 편이었다. 특히, 열연강판 리드 타임은 10월 초 기준 4주에 불과하여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공급 과잉은 10월 4일 기준 미국 중서부지역의 열연강판 유통가격이 톤당 855.4달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보다 51%나 하락하는 원인이 됐다.
그리고 판재 시장의 공급 과잉을 억제하려는 미국 철강업체들의 시도는 신규 생산라인의 가동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로업체 US스틸은 2개의 용광로 가동을 중단했으며, 해당 설비들의 생산능력은 연간 319만7,000톤에 달한다. 용광로 가동 중단은 4분기에만 80만6,000톤의 조강 생산을 감축하게 된다.
그러나 용광로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US스틸은 올해 완공된 3개의 신규 압연강재 제강사를 통해 147만7,000톤 이상 판재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아세로미탈(ArcelorMittal)과 일본제철(Nippon Steel)은 앨라바마주(Alabama) 캘버트(Calvert)에 공동으로 소유한 제철소에 연산 181만9,000톤 규모의 전기아크로를 새로 추가했다. 이를 통해 제철소는 해외에서 조달하던 슬래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연간 최소 100만 톤 이상의 판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일부 유통가공업체들은 철강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내년까지 가격과 수요의 변동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계약 물량을 기존의 20~30%까지 줄이고 있다.
통상 10월부터 다음해 선적되는 철강재에 대한 가격 협상이 시작되지만 지난해에는 상당기간 코로나19 안정화에 따른 기저효과와 주요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해 열연강판 가격이 톤당 2,204.6달러에 육박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달리 공급 과잉으로 인해 정상 할인율인 0~2% 수준보다 높은 2%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한편 대다수 유통가공업체들은 여전히 고객사들로부터 내년도 판재 수요 예측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하공정 수요 전망치가 실제 수요보다 높아 유통가공업체들이 예년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철강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불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