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간압연강판(HR) 유통업체들이 열연강판 제품에 대한 임가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품 임가공을 해주면서 업체들로부터 받는 대가가 수년째 그대로인 데다 임가공 물량마저 줄고 있어 수익성이 점차 악화해서다.
열연강판 유통업계에 따르면 열연강판 임가공비는 수년째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현재, 열연 임가공비는 일반재 기준 두께 6mm 이하 제품의 경우 톤당 1만3,000원, 6~12mm 이하 제품의 경우 톤당 1만5,000원, 12~16mm 이하 제품은 톤당 3만원, 16mm 초과하는 제품은 톤당 5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당시, 열연 임가공비는 두께 6mm 이하 제품의 경우 톤당 1만5,000원, 6~12mm 이하 제품의 경우 1만8,000원 수준이었다.
참고로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올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6(2015년 100 기준)을 찍었다. 전월 대비 0.2% 오르며 한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한 것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내수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수이다. 이는 생산 원가와 관련이 있어서 수치가 오를수록 그만큼 생산자가 제품 생산에 더 많은 비용을 써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놓고 보면 열연 임가공 비용은 생산자물가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이며 8년 전보다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열연 유통업계 수익성 측면에서 임가공비 수준이 수년째 요지부동인 게 가장 큰 문제이지만 임가공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수익성 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임가공 물량은 대부분 수입산인데 최근 열연 수입 사정이 녹록치 않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분기에 국내로 수입된 열연강판은 총 59만7,175톤이다. 이는 작년 동기 80만9,969톤 대비 21만2,794톤(26.3%) 줄어든 양이다.
그나마 위탁이 들어온 임가공 물량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제품 임가공으로 얻는 수익보다 작업 인력 투입과 설비 가동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임가공을 위해 해당 물량을 창고에 쌓아야 하는데 보관료를 따로 받는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인 것이다.
이 같은 열연 임가공 수익성 악화 현상과 관련해 유통업계는 업체 간 덤핑 경쟁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인천과 당진, 평택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인천 지역에서는 대동스틸, 문배철강, 한일철강 등이 임가공을 도맡고 있으며 당진과 평택 지역에서는 기보스틸, 세아L&S, 아세아스틸, 삼우스틸, 황금에스티 등이 임가공을 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열연 유통업체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업체들 스스로 임가공 가격 인상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임가공 비용을 조금이라도 올릴 경우 고객을 다른 업체에게 빼앗길까봐 서로 견제하며 가격 인상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열연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체 간 임가공 덤핑 경쟁을 지양하고 제품 임가공 재정립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이뤄야 할 때"라며 "종국적으로는 시장과 경제 상황에 맞게 임가공비 수준을 차츰 올리는 게 맞는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다수 열연강판 유통업체들이 올 연말까지 열연강판 매입을 최소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열연 유통업체들의 10월 매출 달성액이 목표치 대비 30~4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데다 내년 초까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지배적이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