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STS) 강판 유통업계가 11월에도 유통 가격 약보합세가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 직후 계약된 11월 아시아산 수입분 물량과 가격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STS 유통업계에 따르면 10월 하순 포스코산 STS304 냉간압연강판은 톤당 430만~435만원 전후 수준(2B 기준)에 거래됐다. STS304 열간압연강판도 톤당 430만원 전후 수준으로 냉연강판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대에서 유통됐다. 두 제품 모두 한 달 사이 톤당 20만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 9월의 경우 일부 대형 수입업체가 포항 제철소 피해 소식 직후 수입재 판매 가격을 톤당 40만원 수준 인상하면서 시장에 가격 상승 충격을 준 바가 있다. 이후 다른 수입재 유통업체들과 국산 취급 업체들도 장기 수급 우려와 가격 인상 적용 필요성 때문에 시장 가격을 띄웠던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에 9월 한때 유통시장에서 국산 STS 304 냉연강판은 최대 톤당 445만~450만원 수준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9월 중하순부터 포스코가 스테인리스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각종 공급 대책 및 가격 안정 정책을 내놓으면서 달아오르던 가격 인상 분위기가 10월 들어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당시 포스코는 올해 내로 포항제철소 STS 2냉연 설비를 복구하겠다고 선언했고, 가격과 수급 상황에 가장 민감한 실수요업계에는 해외 생산법인을 통한 수입과 국내 재고재 중 수출 비중을 줄이고서라도 동결된 가격에 내수 공급을 책임진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STS 강관 제조사 대표는 “포스코 측에서 실수요 시장은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고 물량과 가격도 이전 수준으로 맞춰주면서 실제로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실수요업체들은 수급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며 유통과 수입시장을 통한 과잉 재고 확보 필요성도 줄어들게 됐다.
아울러 포스코는 유통 시장도 안정시키기 위해 10월 재고재 가격을 300계와 400계 모두 동결했다. 이에 9월 하순 톤당 445만원 전후 수준에서 거래됐던 STS 304 냉연강판은 10월 초순 톤당 435만~44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고 10월 하순에는 톤당 430만원 전후 수준까지 조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수급 불안정 우려로 급등했던 STS 가격이 포스코의 대책 발표 이후로 태풍 피해 직전 수준까지 회귀된 것.
더구나 포스코는 11월과 12월에도 공급 가격 동결 또는 소폭의 인상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생산 없이 소폭의 인상이 추진될 수도 있는 이유는 강달러와 일부 원자재 가격의 높은 변동성 때문에 해외 생산법인에서의 역수입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주요 STS 밀들은 최근 2~3개월 동안 300계 중심으로 출하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포항제철소가 생산 재개 시점에 인상 필요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면 시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포스코가 일부나마 가격을 현실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의 경우 11월에도 가격 약보합세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예상보다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수요 규모가 크지 않았고 가격 인상을 주도하던 수입 업체들부터 판매 경쟁을 위해 가격 인하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말까지 반도체 설비와 건설, 가전 등 수요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악재로 꼽힌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11월 수입량 급증 가능성에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부 수입업체가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 직후 부담스러운 현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인도네시아, 베트남산 신규 계약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계약 시점인 9월 초중순에는 급격한 가격 상승세만 확인됐던 시기였다며 10월 약세를 예상 못 하고 가격이 지속 상승할 것이라 판단한 대량의 계약분이 11월부터 시장에 쏟아져 시장에 큰 인하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장의 다른 일각에선 해외 STS 밀들도 원자재 가격 부담에 수출 가격을 인상하거나 글로벌 수요 부진에 감산을 추진하면서 최소한 수출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고 반론하며 시장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보다 실제로 수입되는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수입되는 아시아산 물량과 가격 수준이 향후 국산 STS 유통 가격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다수의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수요에 대해서는 큰 변수가 없다며 연말까지 장기 부진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