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지표 악화와 부동산 부문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일부 지역에서 감산 조치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철강 가격이 상승했다.
11월 3주차 상하이와 톈진의 판재류 가격은 톤당 40~80위안, 봉형강류 가격은 톤당 10~90위안 상승했다. 다만 상하이의 아연도금강판과 ㄱ형강, 톈진의 아연도금강판과 H형강 가격은 전주 대비 변동이 없었다.
중국의 실물경기 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1~10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으나, 시장 전망치이자 1~9월 증가폭인 5.9%를 하회했다. 10월 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0% 증가하며 지난달 증가폭인 6.3%는 물론 시장 전망치 5.2% 증가를 하회했다. 그리고 10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5% 감소하며 5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로 전환했다.
또한 부동산 부문의 위축세도 지속되고 있다. 10월 중국의 부동산 투자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 신규 부동산 착공면적은 35.1%, 부동산 판매면적은 23.8% 감소했다.
게다가 10월 중국 70개 중대형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6% 하락했다. 이로써 10월 중국의 주택 가격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015년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실물경기 부진과 부동산 침체에도 철강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는 16개 항목의 ‘부동산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이 통지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차입금 상환 1년 연장 및 전용 대출 제공, 주택담보대출 상환 기간 연장, 선분양대금의 최대 30%까지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주요 경제 중심지의 안정적인 발전 회복을 위해 인프라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경기부양과 함께 감산 조치 강화도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11월 15일부터 열흘 간 허베이성 탕산시에서의 소결 공정을 30~50% 줄이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커지고 감산 조치도 강화됐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철강 가격 강세가 장기화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역내 철강업체들의 생산용량 확대와 수출 규제에 따른 국내 공급 과잉, 주요 수출국 통화 긴축 여파에 따른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 둔화로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인도는 성수기 축제시즌이 다가오면서 자동차와 가전 판매 증가로 판재 가격은 상승하고, 건설재 가격은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신규 생산라인 가동에 따른 공급 증가와 역내 국가들의 경기 부진 등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철스크랩 등 원자재 가격이 소폭 하락한데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자동차 생산 감소가 지속되면서 건설 투자 반등에도 철강 가격이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은 건설과 기계 등 제조업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있으나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가격이 보합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은 제조업 부진과 자동차산업의 공급망 불안정,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공급 과잉 등이 겹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 속에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될 예정인데다, 제강사들의 신규 생산라인 가동에 따른 공급 과잉도 지속되고 있어 미국 시장은 당분간 철강 가격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대란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자동차 생산 부진도 지속되면서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유럽은 인프라 중심으로 건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계절적 비수기가 다가오는 데다 에너지 대란과 공급망 혼란으로 산업 활동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철강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