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완화를 시사하면서 중국의 철강 가격이 상승했다.
11월 5주차 상하이와 톈진의 판재류 가격은 톤당 10~60위안, 봉형강류 가격은 톤당 10~40위안 상승했다. 다만 상하이의 선재와 ㄱ형강은 톤당 10위안, 채널은 톤당 40위안, I형강은 톤당 20위안 하락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CFLP 제조업 PMI가 올해 4월(47.4) 이후 최저치인 48.0을 기록했다. 이는 또한 시장 전망치 49.0을 하회한 수치이다. 같은 시기 비제조업 PMI도 46.7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48.0을 하회하며 올해 4월(41.9)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게다가 비제조업 PMI의 세부항목 가운데 건설업 PMI도 올해 5월(52.2) 이후 최저 수준인 55.4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경제 지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철강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경기부양과 봉쇄조치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2월 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25bp 인하하기로 했는데, 올해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것은 올해 4월 25일 25bp를 인하한 것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번 지급준비율 인하로 인해 총 5,000억 위안의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상장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상증자 금지 조항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감회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으며,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부채 상환 및 미완공 프로젝트 완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쑨춘란 중국 부총리는 전체 인구의 90%를 넘어선 백신 접종률, 낮은 오미크론 치명률과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 기술, 의약품 등이 방역 조치를 개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방 정부들의 방역 조치 완화 움직임이 이어졌다. 상하이시는 24개 고위험 지역의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고, 광저우시도 도심 9개구의 봉쇄를 완화했으며, 충칭시도 소규모 구역을 기준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곳의 인력 이동을 허용했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부양책과 봉쇄조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주요 철강 생산지에서감산조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건설업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세계 경제 침체도 지속되고 있어 철강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수출 둔화와 물류 대란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인도의 경우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일부 건설재 가격은 상승했다. 향후 동남아시아는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수요 둔화로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며, 인도는 성수기 축제시즌이 다가오면서 자동차와 가전 판매 증가로 판재 가격은 상승하고, 건설재 가격은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철스크랩 등 원료 가격 하락과 공급망 불안에 따른 자동차 생산 부진에도 비주거 건설과 기계산업 호조로 인해 철강 가격이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일부 업체들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공급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가격이 보합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은 에너지와 자동차산업 경기 호조에도 제조업 경기 부진과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공급 과잉 등이 겹치면서 판재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재 가격은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시장은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될 예정인데다, 제강사들의 신규 생산라인 가동에 따른 공급 과잉도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철강 가격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은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에 따른 산업 활동 침체와 함께 공급망 붕괴에 따른 자동차 생산 감소도 지속되면서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유럽은 일부 국가들의 공공건설 투자 확대에도 에너지 대란과 공급망 혼란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철강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