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강관 시장은 북미 에너지용강관 수출 강세로 이어지지만 국내 건설 경기 등 연관수요산업체 침체에 내수 판매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추지미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강관세미나에서 "2023년 유가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생산 차질로 고수준이 예상되며 주요 기관들은 국제유가를 배럴달 100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추기 수는 2020년 하반기 이후 미국 원유 시추기 가동 증가로 2019년말 대비 82%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강관수급의 경우 내수에서는 금리인상 및 건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건설용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며 수출은 고유가 속에서 미국 오일/가스산업의 활황으로 에너지용강관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며 "결국 내수 부진에도 에너지용 강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품 생산은 소폭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강관사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에 145개사의 업체가 있으며 이 중 58%가 수도권과 경상권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제법별로 업체를 분류하면 전기저항용접(ERW)강관 생산업체 수가 44%로 가장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강관사인 KG스틸의 강관사업 철수와 중소 강관사들의 경영난으로 인해 전체 강관 생산량이 감소했다.
■ 강관업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에 현지공장 증설 필요
강관업계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에 현지공장 증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철강시황이 꺾이는 상황에도 실적 쌍발 엔진을 장착한 국내 강관사들은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미국에서 활로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국산 철강제품의 경우 여전히 ‘수출 쿼터제’가 족쇄로 자리잡아 수혜의 크기가 기대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IRA의 핵심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관련 분야에 향후 10년간 74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으로,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생산 및 운송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 관련 규제도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파이프라인, 가스 액화 및 저장 설비, 해상 운송을 위한 터미널 등 건설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면서 필수 소재인 에너지용 강관 수요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2022년 4월 미국은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통해 미 연방정부조달에서 해외조달의 비중을 낮추고 국내조달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궁극적으로 연방조달을 통해 제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바이 아메리카는 연방정부가 주·지방정부와 비연방정부 기관을 상대로 기금을 교부한 프로젝트에서 미국산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정이다. 연방정부의 기금이 투입되지만 실제 조달 행위 주체는 주·지방 정부이기 때문에 연방정부 기관의 조달에 적용되는 ‘바이 아메리칸’ 법과는 구별된다.
바이 아메리카 충족이 요구되는 부분은 크게 철강, 제조품, 건축자재다. 첫째,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모든 철강은 미국산이어야 하며 둘째, 제품의 최종 제조 단계는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최종재의 미국산 콘텐츠 비율은 55%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에 필요한 중간재 가공 또한 반드시 미국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 강관업계는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에너지용강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공장 증설 설립을 택했다. 세아제강지주의 미국 자회사 SSUSA 제조법인 설립 후 미국 현지 수요 확보를 위한 국내 강관사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휴스틸은 미국 신규 투자로 미국 택사즈주 클리블랜드시의 신규 공장 설립 및 신규설비 도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지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휴스틸의 경우 당진공장의 조관 7호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향도 검토했으나 신규 설비 증설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휴스틸은 미국 시장에 적합한 외경 4인치 조관기를 증설해 에너지용강관 수요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넥스틸의 경우 미국 휴스턴 공장의 설비 가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미국향 철강 쿼터제에 묶여 있는 에너지용강관 물량을 만회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스틸은 미국내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조인트 벤처 형식의 법인을 설립했다. 넥스틸은 유정용강관(OCTG) 생산에 필요한 기계 및 기술력을 제공하고 미국 파트너사가 공장 설립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했다. 넥스틸은 포항공장의 4인치 조관설비를 미국 휴스턴 공장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추후 설비의 경우 합리화를 끝내고 지난 7월부터 유정용강관 생산을 시작했다.
강관업계는 지난 2018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철강 수출량은 263만1,012톤(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확정됐다. 강관의 경우 102만6,246톤으로 2017년 대미 수출량(204만톤)의 절반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강관업계는 철강 쿼터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북미 OCTG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투자 밖에 답이 없었다.
■ 강관업계, 비수기 적자판매 반복 왜?
2022년 강관 유통시장은 원자재 가격 하락 추세에 변동폭이 심했다. 특히 2022년 7~8월 여름철 비수기 수요 부진에 기존 보유하고 있는 재고 소진에 매달리다 보니, 강관 제조사들의 판매 부진이 심각했다.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제품 공급자들은 공급조절 즉 감산을 통해 가격 하락을 막고 이익을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구조관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즉 마켓쉐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으로 인한 적자보다 매출감소로 인한 시장지배력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격이 상승할 때도 하락할 때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업체들로 인해 매번 인상 시기도 놓치고 인하시기는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을 살펴보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때에 반영하지 못하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판매정책에 대다수의 업체들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의 경우 가격 인상의 확실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구조관 업계의 판매량 확보 경쟁에 가격 인상을 반영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특히 다수의 구조관 업체들은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 시기에 가격 인상을 시행하지 않고 그 시기에 발생하는 가수요 확보에 매달리면서 인상시기를 놓쳤다. 이에 반해 원자재 가격 하락에는 구조관 제품에 곧 바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구조관 업계는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 보다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더 커졌던 것이다.
강관 제품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비단 제조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반기 가격 인상시기에 상당수의 재고를 비축해 놓은 유통사 역시, 재고 하락에 따른 손실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재고 축소를 위한 판매 확대 위주 정책을 펼칠 경우 부실이라는 추가적인 리스크가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
제조사들이 수요부진에도 불구하고 매출위주 판매정책에 집착한다면 치킨게임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며 유통사들 역시 제조사들의 가격 정책에 반하여 선제적으로 저가판매에 나선다면 이 또한 무모한 결과만 남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 구조관 업계, 경기 침체에 설비증설 뚝↓
구조관 제조업계가 2023년 건설 경기 등 경기 침체로 인해 설비증설 보다 내실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생산직원들의 채용난으로 인해 설비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초기 설비 투자비용 증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구조관 업계에 따르면 2023년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미루거나 연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열간압연강판(HR) 등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고가에 형성돼 있다는 점과 수급 상황이 불안한 점을 고려했을 때 재정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고 조관기를 비롯해 중국 수입 설비도 글로벌 철강 가격 상승에 도입 비용도 올랐다.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철강 가격 강세에 조관기 설비 도입 가격도 지난 2020년에 비해 약 20~30% 높아졌다.
중고 설비의 경우에도 도입을 하려는 업체들의 문의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 조관기의 경우 초기투자 비용이 신규 설비 보다 적다. 하지만 지속적인 설비 합리화를 비롯해 보수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중고 설비는 최신식 설비 보다 생산속도 부분에서 떨어진다. 아울러 중고 설비는 고부가가치 소재를 투입할 때 고장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가동시간 증가로 비용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기 위한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아 결과적으로 보면 신규 조관기를 도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중국이나 해외에서 중고 설비를 구매한 구조관 제조업체들은 국내 기술진들이 대응하지 못하다보니 해외 기술진들이 파견 나와야 한다. 이들이 오고가는 시간과 이들을 대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규 설비를 증설하려는 업체들은 고강도 강관을 사용한 중공철근 등 특화 제품을 생산하려는 업체뿐이다. STG800 중공철근이라 불리는 강관철근은 고강도 강관의 표면에 돌기형태를 구현한 제품으로 고강도 강재를 사용해 이형철근 대비 동등 수준의 부재력을 확보하면서 무게는 절반인 것이 특징이다.
STG800 중공철근은 이형철근 대비 무게가 절반으로 자재비만 해도 5~10% 절감이 가능하다. 이형철근에는 일반용과 용접용이 구분되어 있다. 흙막이공사에는 대부분 일반용 이형철근을 사용하는데, 12m 이상의 망을 만들 때 길이방향으로 겹이음 길이 산정 기준에 맞춰 결속선으로 겹이음을 해야 한다.
용접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로 용접용 이형철근을 사용해야 한다. 반면 중공철근은 용접이 가능해 겹이음 길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상반기에 안정성, 경제성,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받아 포스코의 이노빌트 인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