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강판 제조업계는 2022년 대내외 이슈로 인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해 였다. 실적 악화 전망은 철강 시황 부진에 따른 제품가 하락,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에다 화물연대 파업까지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2022년 12월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철강업계에 1조5,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안긴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상반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인한 전쟁으로 열연강판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이어 여름철 비수기에 제품 판매 악화를 겪고 이어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와 현대제철 노조 파업으로 인한 제품 생산을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
여기에 철강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점도 큰 악재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으로 국내외 철강수요가 쪼그라들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철강협회(WSA)는 2022년과 2023년 글로벌 철강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2022년과 2023년 전망치를 각각 전년 대비 0.4%, 2.2%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최근 발표에서는 올해 2.3% 감소, 내년 1.0% 증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 포항제철소 HR 공급 정상화와 현대제철 노조파업 마무리
포스코는 2022년 12월을 기해 포항제철소 압연공장 중 핵심인 2열연공장을 재가동했다. 이에 따라 고탄소강, 전기강판, 고급 스테인리스스틸 용으로 사용되는 열연(HR) 소재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지난해 9월 6일 침수 이후 100일만에 다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게 된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약 1,480만톤의 제품 중 33% 수준인 500만톤이 통과하여 대동맥과도 같은 중요한 공장이다.
포항2열연공장 재가동으로 포항제철소 18개 압연공장 중 13개 공장(1·2열연, 2·3 후판, 강편, 1·2·3·4선재, 1·2냉연, 2·3 전기강판)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포스코는 재가동 공장의 조업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지난해 12월말 스테인리스 2냉연공장, 1전기강판공장을 가동해 전 제품 공급 체계를 갖췄다. 또 2023년 1월내 도금공장,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을 차례로 재가동해 포항제철소 복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노조 파업으로 2022년 하반기 제품 생산에 영향을 받았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자동차·기아 등이 받은 특별격려금 400만원 지급과 4개 지회 공동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지난 5월2일부터 9월24일까지 146일 동안 충남 당진제철소에 위치한 사장실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9월24일부터는 당진제철소에서 '게릴라 파업'을 벌였다.
게릴라 파업은 순환근무 시스템에 따라 라인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이 실시간 파업지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는 것으로 정확한 파업 시간이나 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벌이는 기습적인 파업 방식이다. 기간이 예고된 파업과 달리 사측이 협력사나 고객사 조율을 통해 생산차질을 줄이기 어려워 타격이 크다.
결국 이 사태는 HR 공정까지 확대됐고 당진제철소는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제철은 노조 파업으로 열연강판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10월12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당진제철소 냉연1·2공장을 휴업하며 대응했다.
■ 경기 침체에 내수 판매, 전년 수준 또는 감소 전망
2023년 HR 가격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23년 1월 열간압연강판(HR) 가격 인상에 나선다. 이번 가격 인상은 최근 철광석 가격 상승과 함께 중국산 HR 수출 오퍼가격 상승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0월부터 철강 가격을 동결했던 포스코는 1월 HR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3년 1월 HR 물량에 대해 톤당 5만원 인상한다. 중국 수출 오퍼가격은 지난해 11월 톤당 540달러(CFR)까지 하락했다 11월말(2023년 2월 선적분)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12월 2주차 엔 톤당 610달러까지 올랐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내년 코로나 정책의 변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강력한 내부 방역 조치의 완화를 시사하는 내용을 발표한 데 이어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은행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면서 철강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가격 인상은 선물 가격 인상이 아닌 전 세계적인 수출 오더 증가에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철강사는 실수요 업체 구매 증가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많은 오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을 비롯해 미국 철강업체들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품 가격 인상을 실시하고 있는 점도 포스코의 이번 1월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는 불과 2주 만에 HR 가격을 쇼트톤당 50달러(메트릭톤당 55달러)를 인상하면서 가격 하한선을 쇼트톤당 750달러(톤당 827달러)로 설정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11월 28일에 쇼트톤당 60달러를 인상한 바 있고, 이후 다른 4개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 제품 생산 확대에 수출 회복 예상
국내 철강 제조업계는 제품 생산 정상화에 힘입어 수출 물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산 가격과 중국산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로 인해 수입량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산 수출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침수 여파와 현대제철 노조 파업에 지난 2021년 보다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409만톤에 이어 본지의 추정 결과 2022년 394만톤, 2023년 405만톤으로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의 경우 실수요 업계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중국산 HR 계약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겨울철 비수기로 인해 제품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회전 중심의 판매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2월 중순 이후 제품 판매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면서 철강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유통시장 내에서도 2월 이후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