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연 판매가격이 4개월 만에 인상됐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런던금속거래소(LME) 아연 현물가격 평균이 오르고 올해 적용되는 프리미엄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영풍 등 국내 아연 제련업체들은 1월 국내 아연 판매가격(부가세 별도 기준)을 전월 대비 8만8천원 인상한 톤당 459만1천원으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가격은 톤당 505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LME 아연 현물가격 평균은 톤당 3,128.25달러를 기록하며 전월대비 7%인 204.57달러가 상승했다. 아연 가격은 지난달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가 낮아지고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소식에 중순경에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소비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월말을 앞두고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도 5% 가까이 떨어졌지만 LME 평균가격과 프리미엄 상승률이 이보다 높아지면서 국내 아연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톤당 500만원 아래로 떨어졌던 부가가치세 포함 세후 가격은 다시 500만원대로 복귀했다. 올해 아연 프리미엄은 지난해에 비해 11.1% 상승한 톤당 245달러가 적용된다.
지난해에는 유럽 아연 제련소의 감산, 폐쇄로 인해 글로벌 수급 긴장도가 높아졌지만 올해는 공급부족 압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의 제련소들이 올해 유난히 추운 겨울에 장기 감산이나 중단을 계획할지는 아직까지 두고 볼 일이다.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 속에 소비가 더 위축될지도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최근 아연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위험할 정도로 낮은 재고를 배경으로 한 숏스퀴즈이다. 지금까지 LME 아연 현물가격이 3개월물에 비해 높은 백워데이션은 급등한 후 다소 물러나며 현물 프리미엄이 줄어들긴 했지만 앞으로도 백워데이션 축소로 이어질지 여부도 아직까지 불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시장 불투명성이 LME 아연 가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최근까지 철강 도금용 수요가 명백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달 춘절 연휴도 예년에 비해 길어질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있어 아연 소비에 부정적이다. 다만 각국의 통화 긴축이 완화되고 향후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아연도금강판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 있다. 아직까지 빠듯한 공급 상황과 전세계적으로 낮은 재고 수준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급격한 가격 하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