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STS) 업계는 2022년 전형적인 상고하저 시황을 겪었다. 더 정확히는 1분기 시황만 좋았고 2분기부터 연말까지 가격 약세와 수요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상반기 업계는 원료 가격 강세로 제조 부담이 증가했지만, 그만큼 가수요 발생했고 가격 인상 적용도 수월해진 덕분에 분기 실적과 반기 실적에서 상당 부분 개선을 이뤄냈다.
이에 3월 하순 포스코산 STS304 냉연강판 판매 가격은 톤당 480만원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다만, 4월 이후 STS 시장은 글로벌 금리 인상 부담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세계 경제 침체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수요 장기 침체로 국내외 STS 가격이 연속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9월부터 평소 대비 20~30% 감산까지 추진했다. 하지만 업계는 인위적 감산 대신 강제적인 감산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 유일 스테인리스강 열연코일 생산처인 포항제철소가 대규모 침수 피해를 겪으면서 스테인리스 생산 전 과정이 한동안 마비된 것.
이후 제철소 피해 1~2개월 만에 반제품 생산과 열간엽연설비 일부가 빠른 속도로 복구됐다. 그럼에도 국산재 수급 우려에 수입재를 중심으로 STS 코일 가격이 급등했다. 대형 수입업체 한 곳이 피해 소식 직후 톤당 40만원 인상을 선언하면서 다른 수입업체와 국산재 취급 업체 판매 가격도 급등했다. 이때 STS 강관 등 철강 실수요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급 우려로 발생한 가격 급등세는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9월 한 때 포스코산 STS304 냉간압연강판 유통점 판매 가격은 톤당 450만원 수준에 달했으나 10월 중순에는 톤당 440만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유통점 판매 가격은 톤당 420만~430만원 수준으로 약보합세가 계속됐다.
■ STS 수급 전년 4분기 상황 이어받을 듯
2023년 상반기는 2022년 4분기 상황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제철소 피해로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상황이 반영되면서도 지난해 연말까지 이뤄진 빠른 설비 복구 때문에 국산 공급 능력과 내수 판매량, 수출 비중이 증가하리라 전망된다.
본지는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인용해 2023년 스테인리스강 열연광폭강대 생산이 190만톤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추정치 대비 16% 수준 급증하리라 내다봤다. 지난 5년 중 제철소 피해가 발생한 지난해와 전 세계적인 위드코로나 흐름과 보복 소비 영향이 있었던 2021년을 제외한 2018년~2020년 열연광폭강대 생산량은 190만톤대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수요 악재가 발생하기 직전이나 직후에도 생산량이 190만톤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 이에 본지는 내년 국내외 수요 침체 우려에도 생산 수준은 190만톤 전후 수준을 회복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본지는 2023년 스테인리스강 냉간압연강판 생산을 111만톤 전후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항 1소둔 공정과 2소둔 공정, STS 2냉연 공정 등 2023년 1월 하순을 끝으로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생산 전 과정이 재가동을 완료할 예정이고 앞으로 공정별 가동률도 피해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업계 전체에서 상반기 STS 수요 우려
그럼에도 2023년 소비 수준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물가(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올 한해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금리 상승 속도가 둔화할지언정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 소비자와 제조업의 신규 투자 및 소비 심리를 장기간 악화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가전업과 주방용품, 건설재 등 일부 실수요 업계의 설비 투자와 원자재 소비가 위축되리라 예상된다.
물론 시장 일각에선 최근 미국 등에서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되는 점을 감안해 2023년 하반기 무렵에는 시황이 반등할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시장 내에선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 변화로 스테인리스 시장에 지각 변동이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서는 긴 호흡으로 관련 동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23년 STS 시장이 지난해보다는 소폭이나마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스테인리스협회(WORLD STAINLESS ASSOCIATION/옛 ISSF)는 2023년 전 세계 STS 소비가 지난해 추정치보다 3.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료인 니켈을 취급하는 국제니켈연구그룹(INSG)도 스테인리스강 소비 개선과 배터리 수요 증가로 올해 니켈 생산량과 국제 재고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본지는 국내 경기 부진 장기화 가능성과 해외 기관들의 긍정적 전망, 포항제철소 완전 정상화 이후 시장 변화 등을 감안해 2023년 스테인리스강 열연광폭강대 내수 판매를 48만톤 수준, 스테인리스강 냉연광폭강대 내수 판매를 78만톤 수준으로 전망한다. 각각 지난해 추정치보다 1% 남짓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해당 내수 전망은 2023년 상반기 내로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세가 안정화될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 국내 STS 업계에서는 물가 상승 및 금리 부담 문제가 내수와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경우 내수 전망과 마찬가지로 각국이 물가 상승 부담에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동남아 지역 등 주요 STS 생산국이자 소비국의 물가-금리 상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생산국 간 출혈경쟁과 소비 둔화로 수출길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 2023년 수출 전망에는 새로운 변수로 포항제철소를 넣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내 STS 제조사들은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STS 내수 시장 안정을 위해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 공급에 집중했다. 이에 지난해 STS 냉연강판 수출은 근 5년 중 최저치인 24만톤 전후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1년과 비교하면 거의 10만톤이 급감하는 충격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포항제철소 STS 생산설비가 모두 복구되고 가동률이 오르면 수출 비중도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형 제조사들은 올해 초부터 해외 마케팅 및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고 다른 업체들도 부진이 예상되는 내수 상황을 감안해 수출에 공을 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올해 스테인리스강 냉연광폭강대 수출을 30만톤 전후 수준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추정치 대비 26% 이상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언뜻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지난해 냉연광폭강대 수출은 전년보다 29% 이상 급감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내년 STS 수출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 반짝했던 작년 연말 수입도 서서히 감소전망
수입은 2023년 전체를 전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4분기부터 포항제철소 피해를 감안한 순수 수입과 포스코 등의 해외 생산법인을 통한 역수입이 급증했던 가운데 올해 1분기 후반까지는 관련 수입 영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부터 용산 등 베트남 현지 냉연강판 제조업계가 중국산 열연재를 재압연해 한국 등에 저가로 대량 수출하고 있다는 점도 2023년 수입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을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선 2023년 내 예정된 기존 3개국(중국, 인도네시아, 대만) 반덤핑 중간 평가 과정에서 베트남산에 대한 문제를 정부와 무역위원회에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STS 수입에 대한 국내외 크고 작은 변수가 상존하는 가운데 본지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STS 수입 규모를 전망한다. 올해 스테인리스 열연광폭강대 수입량을 20만~21만톤 수준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추정치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TS 열연강판 수입은 9월까지 국내 수요 부진 장기화와 2021년 여름 주요 수입 3개국에 대한 반덤핑 제재 결정 영향으로 지난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이후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STS 강판 수입이 급증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제철소 피해 직후 여러 철강 및 실수요 업체가 요구하던 STS 열연강판은 STS 냉연강판보다 더욱 큰 규모로 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STS 열연강판 수입은 22만톤 수준(추정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급감이 시장 대세였던 것이다.
2023년에는 포항제철소에서 STS 생산 설비들이 정상 운영되며 국산 공급을 우려한 대체 수입 필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큰 변수가 없다면 우리 정부의 3개국 반덤핑 제재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2023년 스테인리스 수입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스테인리스강 냉연광폭강대 수입량도 28만톤 전후 수준으로 지난해 추정치보다 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