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특수강봉강 수급은 지난해의 부진한 시황을 이어받다가 하반기 들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반에는 지난해의 글로벌 철강 소비 둔화, 물가(인플레인션)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의 악재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23년 특수강봉강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시황 반등을 기대할 요소도 여럿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전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본지는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토대로 2023년 특수강봉강 내수 판매가 238만톤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추정치 대비 4.0% 남짓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과 2022년 국내 특수강봉강 소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2019년과 본격적인 팬데믹 상황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된 2020년에 비해 약 50만톤, 30% 수준 급증했다. 2021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더 이상 특별한 악재 변수가 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2023년에도 코로나19가 특별한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2021년부터 이어진 보복 소비와 각국의 경기 활성화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지는 2023년 생산을 200만톤 초중반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3년 상반기까진 특수강봉강 시황이 지난해보다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과 토목, 기계업, 중장비업 등 주요 수요산업에 업황 부진과 정부의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방침, 글로벌 경기 둔화, 수입량 일부 증가 가능성 등이 예상되고 있기 때
문이다. 더구나 탄탄한 수요 시장으로 평가받았던 조선과 자동차의 경우도 각각 인력 부족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로 해당 시장에서의 특수강봉강 소비 규모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증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올해 특수강 생산 284만톤 전후 예상
건설과 토목의 경우 민간 시장에서의 투자 심리 위축이 우려된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건설사와 투자자들의 대출 부담 증가와 주택 실수요가들의 관망세, 미계약 주택 증가 등으로 신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게다가 공공 건설 부문에서도 정부가 SOC 예산을 축소하고 있어 관련 소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SOC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한 25조1천억원을 편성했다. 이 같은 건설, 토목업 시황 위축은 연관 시장인 중장비와 기계업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전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2021년엔 약 1천만대가 지난해에는 약 400만~500만대가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은 반도체 업계의 투자로 공급 부족 이슈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에 비해 생산 차질 규모가 줄어들 뿐, 소비 심리가 점차 더 개선되더라도 생산이 증가할 수 없는 특이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업은 수주 물량이 풍부하지만 생산 인력 부족 사태가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워 건조 속도 둔화로 관련 특수강 소비가 대폭 증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와 같은 주요 수요 산업 부진에 본지는 올해 생산 전망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올해 특수강봉강 생산 규모는 284만톤 전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생산 추정치 대비 2% 수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특수강 시장에서는 지난해 3분기, 남부 지역 대규모 침수 피해로 인한 생산 차질 여파가 영향력을 끼치기 어려울 것을 보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지난해 10~11월에 공장 및 설비 재가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연말부터는 가동률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남부 지역 침수 이슈보다는 일부 대형 제조사의 장기 파업 문제가 생산 부문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철강 수급 빠르게 정상화 될 듯
다만, 일부 시장 관계자들과 본지는 2023년 하반기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축소되며 전체 소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국의 월별 물가상승률이 당국의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은행도 4번 연속 진행한 기준 금리의 자이언트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중단하며 긴축 운영의 출구를 찾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도시 봉쇄 방역 조치를 대부분 완화하면서 올해부터 글로벌 소비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의 강력했던 방역 조치 완화는 국내 특수강봉강 수입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특수강봉강 수입은 중국 현지의 철강재 생산 및 운송의 차질, 수요 위축으로 급감한 바가 있다.
본지가 추정한 지난해 특수강봉강 수입 규모는 50만톤 중반대 수준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전체 수입의 80%가량을 독차지하는 중국산 유입이 2021년보다 40% 가량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국 철강 수급은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특수강 수입 시장이 예년에 비해 유독 위축됐다. 이에 따라 중국산 수입 증가로 올해 특수강봉강 수입이 지난해보다 약 10% 증가한 60만톤 전후 수준을 달성하리라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국내 특수강봉강 제품군의 가격 추이와 글로벌 철강 시황, 중국과 일본 등의 주요 수입국 상황에 따라 언제든 크게 변화할 수도 있다.
■ 국내 영업망 확대·판매선 유지 집중
내수 부진과 수입 증가는 국내 특수강 봉강 업계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시황에 대한 긍정적 변수도 대부분 해외 상황을 가정하고 있을 뿐, 국내 시장 안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긍정적 변수는 찾기가 어렵다.
이에 특수강봉강 업체들은 국내 영업망 확대와 판매선 유지에 집중하면서 수출 확대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최근 수년간 대형 특수강 제조사들은 해외 수주와 현지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하며 국내 경기 악화에 대비하기도 했다. 일선 업체들도 답답한 내수 시장만 바라보지 않고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춰 수출 전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본지는 대형사들의 본격적 수출 성과와 일선 업체들의 수출 비중 확대 노력으로 올해 국산 특수강봉강 수출 규모가 전년 추정치 대비 11%가량 증가한 47만톤 수준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유럽 지역과 북미 지역에서 자국 및 소속을 우선시하는 통상정책과 규제를 펼치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또한 지난해 업계가 동남아 지역 수출에 공을 들였지만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업계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