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도 착색아연도금강판(컬러강판)업체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친환경 제품 출시와 탄소국경제도를 겨냥한 인증 등이 속속 이뤄지면서 각사만의 차별화된 판매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동국제강, KG스틸, 포스코스틸리온 등 주요 컬러강판 업체들은 고함량 바이오매스 컬러강판, 불연항균 컬러강판, 친환경 우레탄 프린트강판 등 친환경 제품들을 내놓았으며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있는만큼 올해도 이러한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범용재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별화된 제품이 더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2년 컬러강판 업체들은 하반기 가격 인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0월 톤당 10만원 인상하면서 롤마진과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극심한 수요 부진 탓에 가격 인상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3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인상안에 강력하게 나서지 못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수출 오퍼가격 인상 등으로 수익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가전 물량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 상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업황 부진을 볼모삼아 연초부터 컬러강판 업체들을 상대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원가 다이어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고로사와 컬러강판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에는 가전사의 재고 부담으로 인하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서라도 가격 인하에 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컬러강판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수출에서 제품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자사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지속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여러 신제품이 출시된 가운데 올해 역시 이러한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업체들의 꾸준한 영업활동은 물론 유통업체들과의 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 내수 전망
컬러강판 내수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수요산업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가전에서 해외 생산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은 2023년에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 부문에서도 투자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만큼 건자재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크지 않다.
다만 건축 마감재와 단열재 등의 화재안전을 대폭 강화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중국산 컬러강판 일부 수요가 국내산 컬러강판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개정안에 따라 복합자재에 들어가는 컬러강판 두께는 0.5mm, 도금량은 180/㎡이상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산 수입재 유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 수입산의 경우 1급 밀을 제외하고는 두께가 0.5mm 제품의 생산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산 원가도 높아 국내 유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외부 강판을 제외한 내부 단열재에 대한 화재안정성 시험을 거치더라도 복합자재의 실물대형화재실험에서의 높은 규정을 통과해야되기 때문에 외부 강판의 준불연성 이상의 성능도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컬러강판 업체들은 이미 이에 대한 대비가 완료된 상황이며, 기본 스펙의 외부 강판 외에도 불연 강판에 대한 소재 인증을 취득하면서 건축법 개정안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준 강화 조치가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을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샌드위치패널에 들어가는 컬러강판은 국내 건자재 시장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샌드위치패널 업체들은 중국산 수입재 사용 비중이 약 30%에 달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중국산 수입재 유입이 줄고 국산 제품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그라스울 수급난이 판매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PS과 우레탄 등 유기단열재에서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로의 급격한 소재 전환이 이뤄지면서 그라스울 공급난이 심화된 상황이다. 샌드위치패널의 중간 소재인 그라스울 공급이 부족해지자 샌드위치패널 업계는 공장 가동을 제한적으로 운영했고 이에 외부철판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국내 그라스울 공급자인 KCC, 벽산은 각각 60%, 40% 비율로 생산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KCC는 2023년 3월과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벽산의 경우 2023년내 증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설비 안정화 기간까지 더한다면 그라스울 공급난은 일 년 내내 빠듯하게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수출 전망
수출 역시 글로벌 경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2023년에도 수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 설비는 증대됐지만 생산은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컬러강판 업체들은 수출 확대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DK컬러비전 2030’ 글로벌 확장 전략에 따라 수출 위주 판매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컬러강판 사업비중을 30% 이상까지 제고한 KG스틸의 경우 2023년에도 수출과 내수 비중에서 수출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또 다른 업체들도 내수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출 확대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정부의 CBAM(탄소국경제도)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수출은 쿼터제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수입에 일정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유럽의 경우 내년 10월부터 철강 등 수입품에 대한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의 CBAM(탄소국경제도)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수출은 쿼터제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수입에 일정 제약이 주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EU가 내년 10월부터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면서 고로사 뿐 아니라 컬러강판 제조사들에게도 충격을 가한 상황이다.
2023년 상반기의 경우 국제 열연가격과 상승을 앞세워 수출 오퍼가격을 인상하는 등으로 해외 전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고마진인 유럽 수출시장에서 CBAM의 직간접적 피해가 발동되면서 유럽향 수출은 크게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높으나 중국과의 수출 경쟁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출에서도 국내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수익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