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 포스코홀딩스, 발레 등의 합작으로 유틸리티 니켈을 생산해온 코리아니켈이 설립 36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리아니켈은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청산 안건을 처리한 뒤 연내 청산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청산은 유틸리티 니켈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니켈 옥사이드(nickel oxide) 조달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합작사 중 하나인 발레가 지난 2021년에 뉴칼레도니아에 있는 고로(Goro) 광산·제련소를 매각하면서 이곳에서 조달하던 니켈 옥사이드 수급에 차질을 빚어졌다. 발레는 캐나다와 인도네시아에서 대체 공급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로 인해 2021년 하반기부터 코리아니켈의 정상적인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코리아니켈 온산공장 전경발레는 뉴칼레도니아 남쪽이 위치한 고로에 니켈 광산과 제련소를 가동하면서 고압산침출(HPAL)과 Pyro Hydrolysis 공정을 통해 유틸리티 니켈의 원료인 니켈 옥사이드를 주력으로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인리스스틸 생산의 중심지인 동북아시아 4개국(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유틸리티 니켈 제조사에 통행료 계약(Toll treatment)으로 공급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고로 제련소의 생산이 불규칙해서 유틸리티 니켈의 원료인 니켈 옥사이드 수급이 원활치 못했다. 실제로 발레는 이곳에 한화로 약 7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고 제련소 생산능력을 연간 6만톤 규모로 만들었지만 실제 생산량은 3만톤 전후에 그쳤다. 결국 원료 수급이 원활치 못해 유틸리티 니켈 제조사들도 빈번하게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중국, 대만, 일본 업체들이 모두 손을 털고 나왔다. 사실상 동북아에서 유틸리티 니켈을 생산하는 곳은 코리아니켈만 남게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레는 지난 10년 동안 사업 손실과 생산 차질이 빈번하여 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2021년 초에 고로 제련소 지분을 금속 트레이딩 업체인 트라피규라(Trafigura)에 매각했다. 문제는 트라피규라가 해당 니켈 자산을 전기차 배터리 제조를 위한 니켈 원료 생산공장으로 전환하면서 니켈 옥사이드의 공급망이 무너졌고, 이는 코리아니켈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그 사이에 발레와 포스코홀딩스는 25%와 14%였던 보유 지분을 정리했고, 5% 지분을 보유했던 포스텍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현재 고려아연 33.9%, 영풍 27.1%, 최내현 대표 10%, 기타 29%의 지분율을 기록 중이다. 청산 결정 이후에 온산공장과 각종 설비 등의 처분 등으로 자본 회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코리아니켈은 지난해 약 66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약 22% 감소한 실적이다. 하지만 매출 규모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인 LME 니켈 평균가격이 2021년에 비해 2배가량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업 성과는 50% 이상 줄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