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공급망 충격으로 미국의 판재 가격은 급등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예상치 못한 여러 요인들로 인해 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현지 철강업계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에너지 및 자동차산업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유통업계의 재고가 감소한 데다 제강사들의 가동률 하락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판재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수입 감소세가 지속된 것도 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초 대부분의 미국 유통가공업체들은 공급이 원활한 상황에서 판재 가격이 톤당 661.3~881.8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과잉과 가격 약세를 예상한 유통업계는 제강사와의 계약 물량을 10~30%가량 줄였다.
유통업계의 구매 축소를 예상한 제강사들도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공장 가동률을 75% 이하로 유지했다.
이와 같이 제강사들이 공급 물량을 축소하면서 3월 14일 기준 미국의 열연강판 가격은 지난해 10월 중순 대비 83%나 상승한 톤당 1,267.6달러에 달했다.
공급 물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수요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안정세를 유지했으며,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는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연준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미국 내 판재 수요산업은 여전히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 내 유통가공업체들은 수요가 감소할 경우 재고 물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여 평시 대비 재고를 줄이는 방안을 채택했다.
제강사들의 가동률이 낮아진 가운데 유통업계마저 재고가 부족하여 시장 내 판재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수요가들은 자재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로 인해 최종 수요가들은 판재 확보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제강사들의 가동률을 살펴보면 SDI(Steel Dynamics)의 텍사스 공장과 켄터키에 있는 뉴코어(Nucor)의 공장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으며, 두 회사는 제품 판매가격 인상을 통해 2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3월부터 5월까지 여러 제강사들이 전력 공급 문제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며, 이 기간 판재 생산이 36만3,700톤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동시에 국내 공급 부족 시 가격 인상을 막아주던 철강 수입도 감소하면서 미국 내 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열연강판 수입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225만 톤을 기록했고, 아연도금강판 수입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254만 톤에 그쳤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에도 철강 수입이 감소하면서 9개월 연속 수입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2월 아연도금강판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37% 감소하고, 열연강판 수입은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입이 급감한 이유는 주요 소재 및 반제품 공급처이던 멕시코의 AHMSA(Altos Hornos de Mexico)사가 재정난으로 인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철강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판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여러 제강사들이 성수기인 2분기에 가동을 중단할 계획을 갖고 있는 데다 수입재 증가도 3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2분기에는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