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유럽의 철강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몇 가지 악재로 인해 유럽의 열연강판 수급이 불안해지는 동시에 수입재 증가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프랑스와 스페인에 있는 아세로미탈(ArcelorMittal)의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덩케르크(Dunkirk)의 4번 용광로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일 약 1만 톤의 선철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기욤(Gijon)의 용광로 A에서 발생한 화재는 일일 약 6,000톤의 생산량에 영향을 미쳤다. 두 장소의 화재로 인해 주당 약 12만 톤의 슬래브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두 제철소의 화재로 인해 아세로미탈은 브라질 지사에서 슬래브를 수입했고, 아시아에서도 슬래브를 수입했다. 최근 아세로미탈은 인도네시아 제철소로부터 톤당 650~660달러 수준에 10만 톤의 슬래브를 수입했다.
생산 차질이 본격화되자 아세로미탈은 일부 고객사들에게 제품 배송이 약 2개월가량 지연될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로 6월 선적을 위해 주문을 실시한 한 가공업체는 자재가 8월 초에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세로미탈 외에 다른 제철소들도 에너지 대란 등으로 납품에 문제를 겪고 있으며, 압연설비 가동률 저하는 판재 생산의 감소를 초래했다. 여러 제철소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판재 공급이 부족해졌고, 이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안정적인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유럽의 자동차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에 비해 올해 전망이 좋은 편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1분기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39% 증가했고, 현지 철강업체로부터 많은 소재를 조달하고 있다. 또한 독일 완성차업체들은 수입 쿼터 물량의 사용을 어느 정도 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와 판재류 공급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자동차산업 생산이 증가하고, 판재 수요도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자면 여전히 수요가 약한 편이며 공급망 전체에서 그다지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시아와 유럽 간 가격 격차가 커진 것도 유럽 열연강판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와 중국의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310달러 이상 차이가 나며, 중국 제철소들이 유럽의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에도 유럽 제강사들보다 더욱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유럽 내 열연강판 가격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수입 증가 또한 유럽의 열연강판 가격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 수입되는 인도산 열연강판은 톤당 690유로에 판매되며, 독일의 바이어들은 톤당 약 700유로에 인도산 자재를 구매하고 있다.
그리고 튀르키예 수입업체들은 인도산 열연강판 가격이 톤당 720~730달러이지만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EU 열연강판 시장은 수급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아시아산 저가 수입재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성수기 진입에도 가격이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