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탄 가격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4월 28일 기준 톤당 231.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대비 18.5달러(-7.4%), 전월대비 85.5달러(-26.97%) 하락한 수치다. 3월 중순부터 원료탄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2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본지에서 조사한 자료를 통해 원료탄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원인을 분석해봤다.
■ 중국, 무역 금수 조치 해제…호주산 석탄 수입 전면 재개
지난 1월 중국이 2년여간 유지되고 있던 무역 금수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호주와 중국은 2020년 당시 호주의 총리였던 스콧 모리슨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가입과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천명했다. 이에 양국 사이는 급격히 틀어졌고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등을 발표하며 무역 보복에 나섰다.
중국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2021년 호주산 비점결탄(열탄) 수입은 2020년 대비 90% 감소했다. 특히, 2022년에는 수입이 0을 기록하면서 원료탄 가격은 크게 치솟아 톤당 662.7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호주 노동당 정부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를 만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양국의 무역 관계에서도 회복을 보였고 중국의 무역 금수 조치 해제를 이끌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호주산 석탄이 중국으로 전면 재개됨에 따라 원료탄 가격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원료탄 가격은 상승했다. 1월 중순부터 꺾일 줄 모르는 상승을 이어가며 지난 2월 20일 톤당 390달러로 올해 최고가를 달성한 것이다.
이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의 작년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올해 수요산업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낙관론이 시장에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월 중순부터 이어진 호주 폭우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 상승을 촉발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 中 경제성장률 목표치 역대 최저…철강제 수요 급감
지난 3월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5% 안팎’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올해 초 낙관적인 예상과 달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성장을 통한 경기부양책 보다 안정을 택하면서 철강제를 필요로 하는 수요산업의 전망은 어두워졌다.
실제로 원료탄 가격은 3월초까지 360달러 수준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직후 가격이 하락했다. 이후 중국의 건설 산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하락세는 지속되었고 어느덧 23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아울러 철강산업에서 수요 부진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공급 증가에 의한 것보다 더 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급의 경우 유동적으로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요분 이외의 물량은 재고로 쌓이게 된다. 초과된 공급분으로 인한 재고의 증가는 가격의 누적 하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철강업 호황기로 평가받는 4월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회복되지 못한 점을 꼽으며 어려운 상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향후 수요산업 전망에 따라 원료탄 가격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