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삼성전자
철강사와 삼성전자 등 가전사들이 올 2분기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서 수익저하를 우려했던 공급사들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당장의 인하가 미래로 이연된 것에 불과하고 당초 기대했던만큼의 인상도 이뤄지지 않아 3분기 협상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포스코와 LG전자는 지난달 25일 2분기 냉연도금재 가격 협상에서 톤당 7만원, 삼성전자와는 톤당 7~10만원을 합의했다.
포스코와 가전사의 공급 가격이 결정되면서 동국제강과 같은 냉간단압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협상을 마쳤다.
이에 따라 포스코를 포함한 철강사들은 가전사에 2분기 동안 전기아연도강판(EGI) 톤당 10만원, 용융아연도강판(GI)와 컬러강판(PPGI)는 톤당 7~8만원 수준으로 공급하게 됐다. 다만 철강사들은 직전 두개의 분기의 할인폭과 오는 3분기 협상력 약화 전망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럽지는 못한 가격 협상이었다는 입장이다.
철강사들은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5만원과 10만원의 판가인하 압력을 잇따라 받아오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톤당 15만원 이상의 추가 인상으로 가격을 낮출때로 낮춰준만큼 실적 개선을 위해서라도 2분기 협상에서는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이 이뤄졌어야했지만 절반 정도에 그쳤다.
또 최근 원재료 가격과 철강가격이 불안정한 추세에 있는데다 가전업계의 수입산 선택지가 많아진 점 등으로 3분기 협상에서 가격인하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철강사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철강사들의 반발로 추가 인하 요청은 면했지만 수익성을 일부 획득한 것일 뿐 당장 닥칠 일이 2개월 뒤로 미뤄졌을뿐이어서 철강사들의 잠재적 불만 요인으로 계속 남게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 철강사들은 단기적 인상에 위안을 삼는 모습이다.
무더위 조짐에 여름 대표 냉방 가전인 에어컨 매출이 전월 대비 20% 늘었고, LG전자 등을 포함한 가전사들은 4월 초부터 에어컨 라인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실외기의 외관에 쓰이는 전기아연도강판 필요량이 2분기 동안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포스코의 2EGL 폐쇄로 전기아연도강판의 수급난이 지속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 수축에 따른 가격 인상 적용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컬러강판 생산업체의 경우 전체 판매에서 가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메이저급 30~40%, 중소형업체 90% 이상에 달한다. 본지 집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분기 내수와 수출부문에서 약 20만5000톤의 가전용 컬러강판을 공급했다. 또 올해의 불경기 속 수출은 2분기부터 평년과 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9~20만톤 규모 판매는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분기마다 가격 논의가 이뤄지지만 매번 가전사들이 경기 불확실성 등을 내세우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에 비례한 가격 인상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번 2분기 인상으로 적자판매로부터 숨통이 트었으나 대내외 여러 불안 요인으로 3분기 가격 인하 가능성도 병존해 미래에 대한 부담감은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