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5월 18일 ‘미국 우회조사의 급증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2년 미국의 신규 우회조사는 2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중국을 대상으로 개시된 조사가 1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형별로는 제3국 조립·완성이 22건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한국을 대상으로는 한국산 철강 제품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 3건이 대해 우회조사가 개시되었다.
미국·EU·호주의 우회조사 개시 추이(단위 건). (출처=무역협회)中 대상 우회조사 중 1건은 한국 경유지로 지목, 알루미늄 호일 대미 수출 시 고율 관세 부과
2022년 중국을 대상으로 개시된 17건의 우회조사 중 1건은 한국을 경유지로 지목했는데, 한국 경유 케이스는 중국산 알루미늄 호일에 부과되는 반덤핑 조치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한국을 경유지로 지목한 최초의 케이스이다.
지난 3월 상무부 예비판정에서 긍정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가 한국의 알루미늄 호일 대미 수출에 까지 확대 적용되며,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경우 우회조치 면제가 가능하다.
보고서는 우회조사 급증의 배경으로, 미국 조사 당국이 중국이 자국에 부과된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를 우회한다고 판단,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 등을 거쳐 조립·완성되는 경우에 대한 조사를 다수 개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2005년에서 2022년까지 개시된 총 89건의 우회조사에서 대상 국가별로는 중국이 63건, 유형별로는 ‘제3국 조립·완성’이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제3국 조립·완성’ 유형으로 개시된 총 52건의 우회조사 중 36건의 조사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를 경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철강·알루미늄의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우회 조사 관련 규정 개정 등이 우회조사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의 수입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철강 수입 시 ‘제강(melt and pour)’ 국가를, 알루미늄 수입 시에는 ‘제련 및 주조(smelt and cast)’ 국가를 보고하게 함으로써 제3국 우회 및 환적을 유추하는 등 공급망 추적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2021년 9월 반덤핑·상계관세 규칙 개정 시 우회조사 절차를 명문화 하고 조사기한의 제한, 판정결과 소급적용 등 규정을 강화하여 조치의 실효성을 제고했다.
중국산 사용 시, 국내에서 중요한 형질변경이나 충분한 부가가치가 발생했는지 점검 필요
보고서는, ‘제3국 조립·완성’ 유형의 우회조사는 제3국(우회국)에서 수행되는 공정이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지’ 여부가 핵심이나 실제 판정에서 상무부의 ‘종합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3국 내 투자, R&D, 설비 규모 등을 고려해 제3국 공정이 사소한지 여부를 판단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제3국 내 공정 기준 외에도 교역패턴의 변화, 특수관계 여부 등 기타요인까지 고려하여 판정이 내려지고 있다.
2022년 2월 개시된 인도산 스탠다드 강관의 오만·UAE 우회 케이스에서 상무부는 오만과 UAE 제3국 내 공정이 사소하나, 교역패턴, 특수관계 여부 등 기타 요인까지 고려하여 부정판정을 내렸다.
반면, 2022년 7월 개시된 중국산 알루미늄 호일의 한국 경유 케이스에서는 한국 내 투자 및 연구개발 수준이 높고, 설비 규모가 상당하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종합적 판단 결과 긍정판정(예비)이 내려졌다.
그 외에도 동일 품목에 대한 우회조사에서 경유국별, 기업별로 상이한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으며,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관세 조치가 연기되는 등 판정결과에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
조사에 적극 대응해야 피해 최소화, 불성실 대응 시 불이익 발생 할 수 있어
이유진 한국무역협회는 수석연구원은 “미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모니터링 시스템 개편을 통해 공급망 추적을 강화하고 있어 미국향 수출의 경우 중국산 소재·부품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대상인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여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시, 국내에서 중요한 형질변경이나 충분한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우회수출로 간주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회조사 대응과 관련해서는 “일단 조사가 개시됐을 경우 조사 당국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3국 공정이 사소하지 않다는 충분한 증거와 함께 조사개시 전후 교역 패턴의 변화나 거래처 간에 특수관계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소명·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사 결과 우회수출 판정이 내려져도 수급처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반면, 조사에 성실하지 않게 대응할 경우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빙을 제출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박탈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