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 제조업계가 1분기 미국 에너지용강관 수요 증가와 철강 가격 강세로 수익성 확보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내수 판매의 경우 건설 경기 악화에 판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분기 수출은 총 30만67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만3,052톤 보다 29% 증가했다. 수출 제품 중 유정용강관은 10만1,131톤을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 9만8,388톤 보다 2.8% 증가했다. 송유관의 경우 8만2,22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5,666톤 보다 8.7% 늘었다. 롤벤딩강관은 11만7,321톤으로 전년대비 103.9% 증가했다.
수출 물량이 증가하다보니 강관 제조업계 중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1분기 경영실적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세아제강지주는 1분기 연결매출액 1조4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60억원 보다 13.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15억원, 당기순익은 1,562억원으로 각각 90.6%, 94.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휴스틸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은 2,476억원, 영업이익 68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7.6%에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157% 증가된 수치로 지난 해에 이어 높은 수익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아제강지주를 비롯한 휴스틸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올해 1분기 북미 오일·가스 시장 호황에 따른 관련 강관 제품 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1분기 미국 원유나 가스를 채굴하는 미국 셰일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일반적인 원유·가스보다 더 깊게 작업해야 하는 등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저유가 상황에선 채산성이 맞지 않았지만, 지난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셰일 업계의 수익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강관 전문지인 Preston Pipe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 내 열연강판 평균 가격은 지난 2022년 1월 1,349달러에서 2022년 11월 669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2월에는 1,036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유정용강관(ERW 튜빙)의 내수 평균가격은 지난해 1월 2,2264달러에서 올해 2월 2,331달러로 열연강판 가격의 변동과 상관없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유정용강관의 주요 공급처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산 유정용강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멕시코 44.93%, 아르헨티나 78.3%)하는 등 무역장벽을 더욱 높게 세우고 있다. 이에 유정용강관의 가격 강세는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강관업계는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에너지용강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공장 증설 설립을 택했다. 세아제강지주의 미국 자회사 SSUSA 제조법인 설립 후 미국 현지 수요 확보를 위한 국내 강관사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휴스틸은 미국 신규 투자로 미국 택사즈주 클리블랜드시의 신규 공장 설립 및 신규설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지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휴스틸의 경우 당진공장의 조관 7호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향도 검토했으나 신규 설비 증설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휴스틸은 미국 시장에 적합한 외경 4인치 조관기를 증설해 에너지용강관 수요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넥스틸은 미국 진출을 위한 설비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해 포항공장의 4인치 조관기 해체 작업에 돌입했고 지난해말 미국으로 조관설비를 이전했다.
내수판매의 경우 강관업계는 1분기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건설사와 연간 계약을 했던 배관용강관 업계는 입찰 물량이 반토막 나면서 새로운 신규 매출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까지 단기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그간 대형 재건축 사업 등을 수주하며 PF조달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PF규모가 커지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늘어났는데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차환 대신 자체 보유 현금으로 만기상환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과 달리 지방 건설사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관 업계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과열 경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제품 가격을 제때에 반영시키지 못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 시기에 원자재 가격의 하락 속도 보다 빠르게 제품 가격을 인하해 적절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보여 왔다.